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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김필수] “가지급할 테니 근질권 설정 동의하세요”
뉴스종합|2020-07-23 11:30

지난해 한 중소기업을 은퇴한 김씨(63).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PB의 권유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거액의 퇴직금을 투자했다. 투자한 상품은 라임의 무역펀드 중 하나인 ‘CI(크레딧인슈어드)펀드’. 지난해 말 라임의 또 다른 무역금융펀드 ‘플루토 펀드’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해당 PB는 “CI펀드는 신용보험도 들어있고 안전하다”며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함께 지급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후 환매는 중단됐고, 이제 이 PB는 환매중단에 따른 후속조치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부터 투자자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 선(先)보상 vs 선(先)지급=은행, 증권 등 판매사별로 투자자에게 먼저 주는 돈의 규모와 방식 등 후속조치가 조금씩 다르다. 투자원금을 기준으로 주는 곳도 있고, 손실액을 기준으로 주는 곳도 있다. 그 규모도 투자원금 또는 손실액 대비 30~70%까지 천차만별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할 건 지급방식이다. 선보상인지, 선지급인지에 따라 사후대처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선보상은 판매사와 투자자 간에 사적(私的)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봐 추후 법적 대응이 불가하다. 반면 선지급은 돈이 급한 투자자들도 있을 수 있으니, 단지 먼저 돈을 주는 것으로, 추후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일부 판매사가 선보상과 선지급을 혼용하면서 투자자를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근질권(根質權) 설정=김씨가 거래한 신한은행의 경우 CI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선지급)하고,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보상비율이 확정되면 정산한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붙어 있다. 정산 절차를 담보하기 위한 ‘근질권 설정’.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여길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 쉽게 말하면 이렇다. 금감원 분조위에서 보상비율이 결정됐는데, 이게 선지급받은 50%보다 크면 그만큼 더 받으면 된다. 그런데 만약 보상비율이 30%로 결정됐다면, 50%를 선지급 받은 투자자들은 20%를 도로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이들 투자자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니(집행이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법적 권리를 확보해 놓은 조치라 할 수 있다.

김씨의 말이다. “팔 때는 안전한 고수익 상품이라 했고, 다른 펀드가 환매중단됐을 때도 CI펀드는 문제없다고 하던 PB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은 가지급과 근질권 설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투자원금의 50%도 먼저 받을 수 없다고 강요하듯 말한다. 무슨 말인지 용어도 생소한데, 뭘 믿고 또 무작정 동의서에 사인하란 말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자기책임하에 실행하는 것이라지만, 그 전제조건인 ‘판매사들의 완전한 상품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불완전 판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오죽하면 신한은행 직원조차 “창피한 말이지만, 솔직히 은행 직원들도 (사모펀드에 대해) 잘 몰라요. 판매수수료가 높아 위에서 많이 팔라고 하니 열심히 팔았던 거죠”라고 털어 놨을까.

이제라도 판매사들은 선보상·선지급, 근질권 설정 등의 절차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한다. 후속조치에서까지 ‘불완전 설명’이라는 잘못을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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