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3년간 집값 11% 상승에 왜 이리 난리인지 정말 모르나
뉴스종합| 2020-07-24 11:3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밝혔다. 김 장관이 언급한 11%는 2017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한국감정원의 주택 가격 동향을 근거로 한 서울 주택상승률 11.5%를 말하는 것이다. 통계는 기준 등 조사 방식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실련은 KB 주택가격동향을 근거로 52%나 급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장관이 답한 11%도 연립·다가구·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통계여서 아파트만 놓고 보면 14.2%가 올랐다. 미래통합당은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주장을 떠나 고개를 갸웃하는 국민도 상당수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검증해봐야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인용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상승했다면 적잖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폭등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부동산 문제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22번 대책을 내놓고도, 정부와 여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앞다퉈 집값 안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설명이 잘 안 된다. 국민은 ‘촛불정부’를 향해 촛불을 들어올리는 등 지금 온 나라가 집값 문제로 전쟁통이나 다름없는,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정책당국자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젊은 세대와 시장의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에 대해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잘 작동되고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장관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이전 정권의 규제 완화와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을 꼽았다. 전 정권 탓이라면 22번의 대책을 통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연전연패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유동성 과잉도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한국에서만 이런 난리를 겪는 이유는 또 뭔가.

김 장관은 ‘집값이 얼마나 올랐느냐’로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전 정권의 잘못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시장의 반응을 듣고 파격적인 조치를 해야만 그나마 집값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공급대책도 그린벨트 해제가 물 건너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해 전향적인 판단을 해야만 답이 나온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집값을 둘러싼 난리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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