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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동산·유통 민주주의?…철없는 규제 괴물
뉴스종합| 2020-07-27 11:40

# 부동산을 향한 정부의 서슬 퍼런 칼춤은 쉼이 없다. 몇 번의 대책이 나왔는지 헤아리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자고 일어나면 더 독한(?) 정책이 기다린다. 하지만 정부의 독한 처방에 내성이라도 생긴 듯 부동산은 계속해서 밖으로 튕겨나간다. 집값을 정부의 통제선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정책의 원심력’은 ‘0’ 수준이다.

‘부알못(부동산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부생아(부동산 신생아)’들조차 부동산 정책을 주안상에 올린다. 주된 메뉴는 ‘시장’과 ‘심리’다.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는 사실을 외면했다는 게다.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매물을 받아줘야 할 서민은 돈이 없다. 어느 한 곳의 숨통이라도 트여줘야 하는데 모든 것을 꽁꽁 틀어막았으니 정부의 정책이 독이 되는 건 필연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집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허투루 읽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투기는 마땅히 잡아야 할 요물이지만 좀 더 안락한 보금자리로 사다리를 타려는 이들의 꿈조차 투기로 몰고 있다는 게 요지다. 그러니 ‘부동산 민주주의’는 오히려 서민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줬다. 전셋값마저 미치게 하는 괴력에 신음하는 것은 돈 없는 서민들이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을 해결하지 못하면 심리라도 잡아야 하는데 둘 다 놓쳤다. 경제는, 특히 한국에서 부동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데 쌍팔년도식 규제 만능주의로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겠나.” 어느 부생아가 안주 삼아 내놓은 소결이다.

# 꼭 10년이 지났다. 전통시장으로부터 1㎞ 이내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 같은 대규모 유통사업자의 출점을 막은 게 2010년이다. 규제의 덫은 시간이 갈수록 더 독해졌다. 의무휴업일이 생겼고, 영업시간도 규제한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선의에서 시작된 규제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숱한 무용론만 낳았고, 구조조정과 시장 침체만 낳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형 마트를 규제하니 식자재 마트라는 또 다른 포식자가 나타나 시장 경쟁질서만 어지럽히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과 골목상권 소상인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대한상공회의소 ‘유통 법·제도 혁신 포럼’)

10년이 지난 지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발의된 유통 규제 관련 법안만 12개에 달한다. 복합쇼핑몰에서부터 아웃렛, 면세점, 온라인까지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모두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고, 상생의 시장구조를 만들겠다는 ‘유통 민주주의’ 깃발을 내건다.

10년의 시간에 규제는 더 독해져서 돌아온 셈이다. 시장은 실소한다.

“10년이 흘렀어도 철이 들지 않은 건 매 한가지다. 4차산업 혁명 시대니, 코로나 이후 시대니 하고 세상은 떠들썩하게 변하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녹이 슨 철기시대 칼을 휘두르는 꼴이다. 아예 가격 허가제를 하겠다고 해라. 모든 플랫폼의 가격을 똑같이 하면 이런 요란을 떨지 않아도 될 테니…”. 어느 유통회사 관계자가 내놓은 소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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