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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뚝딱’ 만든 ‘싹쓰리’ 돌풍, 어떻게 봐야 할까?
엔터테인먼트| 2020-07-30 07:43
싹쓰리 [MBC '놀면 뭐하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고된 인기였다. 기세는 예상보다 맹렬하다. 가요계의 레전드 스타들과 국민MC의 만남은 여름 가요계를 완전히 ‘싹쓸이’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현재까지도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25일 공개된 두 번째 신곡 ‘그 여름을 틀어줘’도 상위권에 올라와있다. 뿐만 아니라 ‘싹쓰리’(유두래곤 린다G 비룡)가 리메이크한 듀스의 ‘여름 안에서’까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 안에 들며 막강한 ‘화력’을 입증하고 있다.

싹쓰리의 출발은 사라진 ‘혼성그룹’을 되살려 여름 시장을 공략하자는 데에 있었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무도 가요제’를 기획하며 음악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김태호 PD가 다시 한 번 판을 짰다. ‘혼성그룹’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5월 30일 방송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전주 방송에서 유재석이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찾아가 혼성그룹을 제안하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싹쓰리’는 44회 방송분부터 두 달간 결성 과정부터 앨범 준비 모습, 데뷔곡 공모, 뮤직비디오 촬영 등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예열을 달궜다.

싹쓰리가 출격하자 가요계는 뜨거워졌다.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 이효리와 ‘월드스타’ 타이틀로 가요계를 점령했던 비, 대중적 호감도와 신뢰가 높은 유재석의 만남은 애초에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싹쓰리가 데뷔 무대를 가진 지난 25일 MBC ‘쇼!음악중심’은 2.1%(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올 들어 최고 수치를 써냈다. 기존 음악방송의 시청룰은 0.5%~1%대에 그친다. 게다가 차트 장기집권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는 이들을 향한 대중의 무한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싹쓰리의 인기요인에 대해 가요계 안팎에선 최근 몇 년간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을 들고 있다. 이효리의 남편 이상순이 작곡하고 이효리가 작사한 ‘다시 여름 바닷가’는 여름 시즌송을 표방, 단순한 멜로디와 추억을 회상하는 노랫말로 1990년대 댄스 음악의 감성을 담았다.

[MBC '놀면 뭐하니?' 제공]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시 여기 바닷가’는 1절 버스(VERSE)와 코러스, 후렴 부분에 전조가 이뤄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식의 댄스곡은 90년대에 주류를 이뤘다”며 “국내뿐 아니라 1980년대 데이비드 포스터, 팝스타 셰어의 노래를 만든 다이앤 워렌 등의 곡에서 나오는 후렴 전조는 오랜 팝적인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잠든 DNA를 일깨우는 뽕짝 멜로디가 전조에서 나와 드라미틱하고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등장하는 대부분의 레트로 스타일의 노래가 ‘다시 여기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후렴에서 꺾고 들어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곡을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옛날 생각이 난다”, “예전에 듣던 노래 같다”는 반응을 비추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유재석 역시 지난 25일 온라인 팬 미팅에서 싹쓰리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저희와 비슷한 연령대에 계신 분들은 옛 추억이 생각나고 요즘 분들이 듣기에는 요즘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어서 더 신기하고 신선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1990년대 작법을 따른 곡이기에 향수를 불러오기엔 적합했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싹쓰리의 인기를 ‘음악의 힘’으로 말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 게다가 강력한 화력을 지닌 ‘스타의 힘’이라고 설명하기도 미흡하다. 이미 이효리와 비는 최근 몇 년 사이 개인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했지만,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인기의 힘은 두 달 내내 방송을 통해 노출한 강력한 미디어의 힘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멤버들의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데뷔곡을 준비하고, 녹음하고,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 과정을 통해 싹쓰리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완성됐다. TV를 통해 노출하고, 유튜브를 통해 방송 재편집 영상과 비하인드, 긴급 라이브 등을 진행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했다. 싹쓰리는 이미 방송이라는 가장 거대한 홍보 수단을 등에 업고 등장한 금수저 데뷔그룹이었던 셈이다. 애초에 다른 가수들과는 출발점이 달랐다.

정 평론가는 “팝을 지향하는 대중음악의 관건은 익숙함이다. 듣는 이의 귀에 익는 순간 승부가 난다”며 “싹쓰리의 인기는 TV의 인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몇 주에 걸쳐 방송을 만들어 보여주면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시청자가 다 외울 정도의 여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무수히 많은 노래가 쏟아져 나와도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한 만큼 방송은 싹쓰리를 알린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대중음악계의 모든 가수가 싹쓰리와 같은 방송의 힘을 얻고 앨범을 발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앨범 한 장을 만드는 데에 보통 일 년여의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소위 혼을 갈아 넣어 만드는데 두 달 만에 만든 곡으로 방송에서 내내 노출되며 차트를 완전히 점령하는 상황을 보면 상실감을 느낀다”라며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예능이든 드라마든 TV를 통해 알려져야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싹쓰리 열풍을 보며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씁쓸해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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