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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 1400만 시대에…‘내가족’ 반려동물이 법에선 ‘물건’
뉴스종합|2020-08-02 08:59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마스크를 쓰고 주인 품에 안겨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주택가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가 산책하던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고 보호자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주된 피해자가 동물이어서 가해 견주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해 ‘강아지값’과 위자료를 받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4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그와 관련한 사고도 끊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물의 국내법상 지위는 여전히 ‘물건’에 불과하다. 법이 동물을 보는 변화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임을 당했을 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대표적 죄목 중 하나는 재물손괴다. 현행법 체계에서 동물이 재물, 즉 물건으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보호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형량이 더 높은 재물손괴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자 친구인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면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주인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그마저도 가해자 측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재물손괴로조차 처벌이 어렵다.

예컨대 개가 다른 개를 물어 숨지게 한 사건에서 가해견의 주인이 자신의 개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유도하거나 방치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재물손괴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동물권단체 케어는 2015년 한 남성이 이웃집 반려견 ‘해탈이’를 쇠파이프로 때려죽인 사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계기로 ‘물건’의 법적 정의를 다룬 민법 9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케어는 “민법 98조는 물건을 ‘생명이 있는 동물’과 ‘그 밖에 다른 물건’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았기에 위헌”이라며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변화한 국민적 합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도 민법 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민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독일 등 몇몇 국가 민법에는 이와 비슷한 조항이 이미 포함돼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인간·동물 관계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동물에게 인간도 물건도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해 고유성과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정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1990년 민법을 개정해 동물에게 사람과 물건 사이 제3의 지위를 부여했다.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물로서 고유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적어도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민법에 명시해 동물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인식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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