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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우는 전세 뺨때린 격…7월 서울 전세계약 ‘반토막’
부동산| 2020-08-03 10:49
임대차 3법의 전격 시행으로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서울 강남권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텅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전·월세 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2+2년), 전월세 신고제를 삼두마차로 하는 ‘임대차 3법’이 전세 공급의 씨를 말리는 전세 종말론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그래도 전세시장은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로또 청약’ 대기 수요, 강남·서초 재건축단지 1만가구 이주,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박탈, 내년 입주물량 급감(올해의 절반 수준),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 갭투자 규제 강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 코로나 사태에 따른 매수 관망 수요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는 국면이었다. 특히 집주인 입장에선 0%대 초저금리로 전세금을 목돈으로 받아도 마땅히 굴릴 데가 없는데 정부가 고가·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징벌적 수준으로 높이자 반전세 또는 월세 전환으로 세금을 전가하려 하면서 전세 물량이 실종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임차인 우위의 ‘임대차 3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전세 종말-월세 시대 가속’의 방아쇠가 당겨진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9년만에 최소…급격히 위축된 전세시장=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이 9년만에 최소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에서 주택 임대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3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다를 기록했던 2월(1만3661건)과 비교하면 46%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졌다.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경기부동산포털, [연합]

전세와 반전세, 월세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지난달 8344건으로 줄었다. 2월(1만9232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도 전세나 월세 계약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은 5714건으로 2개월 연속 줄면서 5월(8778건)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월세 거래량은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되며, 추가로 신고될 가능성이 있지만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역시 주택 임대 시장이 급속한 속도로 위축됐다. 경기부동산포털에 올라온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2월에 2만7103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래 계속 줄어 지난달에는 1만2326건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경기에서 성사된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계약은 2614건으로 2월(4819건)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패닝 바익’ 가세 매매시장은 달아올라 대조적=임대 시장과 달리 매매 시장은 달아올랐다.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불안감을 느낀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가세하면서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1만5589건으로 2006년 10월(1만9798건)과 11월(1만5757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았다.

경기의 6월 아파트 매매도 3만4950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과 경기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도 6월에 각각 6263건, 6552건으로 2008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임대 시장의 위축은 지난달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추진하면서 더 심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에 묶는 방안의 도입이 확실시되면서 전셋값은 치솟고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임대시장의 대변화를 예고한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데 이어 전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전세 매물이 아예 없는 단지가 나오는 등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아파트는 3710가구 대단지인 데도 전세 물건이 3개 뿐이다. 6864가구 규모의 ‘잠실파크리오’에는 보증부월세 매물만 나돌뿐 순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올라가면서 갭투자나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한 실수요자들이 증가하면서 매매는 늘었다”면서 “매매 시장과 달리 임대 시장은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가운데,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 세상’ 부추기는 여권…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 종말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5분 국회연설로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에 여권 인사들이 맞대응하면서 전세는 더욱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했고 범여권인사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세입자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 임차인 입장에선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령 전셋값이 6억원인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인 월세(전월세 전환율 4% 적용)로 변경하면 매달 133만원, 연간 1596만원을 주거비로 내야 한다. 하지만 현금 2억원에 나머지 4억원을 시중은행에서 대출(금리 2.5% 기준)받아 전세로 산다면 주거비는 매달 약 83만원, 연간 1000만원에 그친다. 전세가 월세에 비해 40% 가량 저렴한 셈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는 목돈을 강제로 저축해 미래에 집을 사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며 “급격한 전세 소멸은 중간층의 주거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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