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전세시장 혼선 넘어 북새통 만들어버린 임대차 3법
뉴스종합| 2020-08-04 11:38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시장이 혼선을 넘어 북새통으로 변해가고 있다. 곳곳에서 터무니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이 수많은 피해자만 생겨날 판이다. 졸속 입법의 부작용이 나날이 쌓여가는 셈이다.

실거주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중과세하는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이미 전세시장에선 매물 감소와 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있다. 집을 팔기 위해 전세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법 시행 전 미리 4년치의 임대료 상승분을 반영해 보증금을 올리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7월 아파트 전세 거래는 63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96건)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9년 만에 가장 적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시행되자 전세시장에선 극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계약 갱신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5%의 임대료 인상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법안이 세입자 중심이어서 세입자가 “전월세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가면 집주인은 기존 계약 내용대로 재계약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송이나 분쟁조정으로는 임대기간내 재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을 팔려 해도 세입자가 구매자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는 식으로 훼방을 놓으면 사실상 집을 거래하는 길도 막혀버린다. 임대주택사업자들이 재계약 해지 사유에 ‘5% 범위 내로 임대료 증액을 요구했으나 임차인과 상호 협의가 안 될 경우’를 포함시켜달라고 청원을 내놓은 이유다.

물론 세입자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임대료 인상 제한에 막힌 집주인들이 엄격한 원상복구 수준을 적용해 깐깐하게 집수리 비용 등을 청구하거나 자신이 직접 살겠다고 해놓고는 아예 집을 비워두는 사례도 있다. 전세대출에 동의를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그야말로 ‘먼 산 바라보기’다. 조속히 관련 해설서를 만들고 분쟁조정위원회도 확대설치할 계획이라지만 근본적으로 임대차 3법의 악용을 막을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부의 공식입장도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는 수준이다.

전세 시장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기존 임대차 거래 관행을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법을 만들어 시행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악용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은 처음부터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이미 시행된 법을 되돌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보완책이다.

세입자든, 임대인이든 더 독하고 더 이기적인 사람들만 유리하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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