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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격렬비열도 챌린지, 작은 아쉬움
뉴스종합| 2020-08-04 11:40

충남 태안군의 아름다운 섬 격렬비열도에서 최근 이색적인 카약 챌린지 행사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태안군은 지난 달 16일부터 18일까지 2박3일간 무동력 카약을 타고 근흥면 신진도에서 출발해 격렬비열도를 돌아오는 120㎞ 왕복 격렬비열도 챌린지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아마추어 카야커 46명이 휴가를 내 가며 열성적으로 참가했다.

격렬비열도는 국토 최서단으로 서해가 시작되는 영해기점이 있는 곳이어서 카야커라면 누구나 종주하고 싶어하는 꿈의 섬으로 통한다. 여기에 격렬비열도와 패들링 문화를 전국민에게 알린다는 흠 잡을 데 없는 취지와 태안군이 야영 포함 모든 비용을 댄다는 호조건이 겹쳐 이 행사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과연 꿈같은 격렬비열도 종주였다는 호평이 많았다. 마치 영화 쥬라기공원 속 천혜 자연을 누비는 것만 같았다는 감상도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안군에서 행사를 마련한 취지 중 하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행사 첫날인 7월 16일 가세로 태안군수가 돌연 “군사적 요충지로서 영해의 효율적 해경 대응 등을 위해 민간소유인 섬을 국가가 매입해서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이를 홍보하는 것도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설명한 대목에서 이견이 나올 수 있는 빌미가 생겼다.

행사 두 달 전인 지난 5월 14일 국내 카약 카페를 통해 참가자 모집한 이래 단 한번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비로소 나온 것이다. 가 군수는 스스로 밝혔듯 행사 내내 국가관리연안항 지정을 소리 높여 호소했다. 그리고 이 대목은 행사 직후 보도자료화 돼 언론에 뿌려졌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격렬비열도의 국가관리연안항 지정 논의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이런 논의를 사회 전체로 확대해 보겠다는 시도도 딱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에게 모집 초기부터 더 명확히 의도를 밝혔다면 좋았을 것이다. 납득 못 하거나 잘 모르는 정치 구호를 따라 외치는 광경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 동호인은 “격렬비열도는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말을 못할 정도다. 그런 곳이 있기에 우리는 노를 저어 그곳에 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만약 그곳이 항만을 짓기 위해 토목공사로 개발되면 자연생태가 심각하게 훼손될 터라 개발보다 보존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불쑥 꺼낸 ‘개발 이슈’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이 단순한 주관적 감상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격렬비열도 중 북격렬비열도는 2002년 환경부의 자연환경보전지역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자연환경, 수자원, 생태계 및 문화재 보전과 보호를 위한 개발 제한 조치다. 이후 사유지인 동격렬비열도와 서격렬비열도도 2016년 나란히 지정됐다.

대한체육회 산하 한 체육단체 사무처 직원은 체육 대회나 행사를 지자체와 협력하더라도 행사와 직접 관련 없는 지자체의 사업을 묶어서 홍보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태안군 공보팀 담당자는 “이번 행사와 태안군이 추진중인 사업을 함께 보도자료로 묶어 배포한 것은 맞다. 다만 군청 공보팀에서는 군청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추후에는 행사와 군청 사업의 홍보를 가급적 분리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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