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다이어트하지 마라”…억눌린 식욕이 더 먹게 한다
라이프| 2020-08-04 11:45

어딜 가나 다이어트 얘기다. 최근들어 체중이 늘어난 이들 모두가 다이어트에 돌입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체중계 숫자에만 의존하던 방법과 달리 다이어트에도 ‘건강’이라는 주제가 추가됐다. 최근 건강한 다이어트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다이어트 식단들을 소개한다.

▶몸과 마음 지친 ‘확찐자’라면…‘직관적 식사’

“다이어트 하지 마라.” 좀처럼 빠지지 않는 살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확찐자’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리다.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지만 ‘다이어트를 하지 마라’는 신선한 패러다임은 바로 ‘직관적 식사법(Intuitive Eating)’에서 나왔다.

직관적 식사법은 지난 1995년 미국 영양전문가 에블린 트리볼리과 엘리스 레시가 처음 주장한 다이어트법이지만 2005년 미국 브리검영대 스티븐 호크스 교수가 온갖 다이어트에 실패한 뒤 이를 통해 23㎏을 감량한 인터뷰가 화제를 모은 이후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다이어트 말고 직관적 식사’라는 제목으로 책이 재출간됐으며, 최근 해외 매체에서 다이어트 트렌드로 소개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직관적 식사법’은 식습관 트렌드로 떠오른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무엇을 먹는지를 인식하고 먹는 행위에 집중)’ 원칙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철학을 아우른다. 저자 설명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금지하는 이유는 섭취량이 적어질 경우 우리 몸이 칼로리를 아껴쓰기 위해 신진대사율을 떨어뜨리는 습성 때문이다. ‘기아 상태’ 시스템으로 변한 우리 몸은 이전보다 덜 먹어도 살이 금방 찌게 되는 상태로 변한다.

동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제한하면 식탐이 커지면서 과식도 부추긴다. 초코케이크를 금지할수록 케이크는 더욱 맛있는 음식으로 바뀌며, 결국 참지 못한 식욕이 더 많은 양의 케이크를 먹게 한다는 설명이다. ‘직관적 식사법’을 경험한 사례 중에는 “금지했을 때만큼 음식이 맛있지 않아서 화가 날 때도 있다”는 기분 좋은 불만도 있다.

저자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도 언급하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 2000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핀란드의 연구(Pietilaineet 외, 2011)에 따르면 단 한 차례라도 다이어트를 시도한 쌍둥이는 그렇지 않은 쌍둥이보다 과체중 가능성이 2~3배나 높았다.

해법은 몸을 괴롭히는 다이어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음식에 대한 만족감과 포만감의 신호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배고픔’이 시작될 때 먹고,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편안한 포만감’이 느껴질 때 수저를 놓는다.

저자는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되면 음식과 화해 과정을 거친 후 저절로 섭취량을 조절하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줄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일본, 감자칩·컵라면 이어 저염 식빵까지

일본에서는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저염 다이어트’가 열풍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현지 신제품들은 몸에 묻었던 소금을 털어내며 자체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다. 염분을 66% 줄인 ‘기코만’의 간장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스낵 분야에서도 소금 밀쳐내기가 한창이다. 소금이 없는 ‘고이케야’ 감자칩이나 염분을 80% 줄인 ‘저염 식빵’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라면 제조업체 ‘닛신식품’ 또한 염분을 30% 줄인 컵라면을 새롭게 내놓았으며, 일본인이 즐겨먹는 ‘우메보시(일본식 매실 장아찌)’도 소금과 이별 중이다. 저염식품 전문판매점인 ‘무염닷컴’에서 판매 1위 상품은 ‘무염 우메보시’ 상품이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을 잡아두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저염 식단은 다이어트 시 체내 부기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체중 감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할수록 뚱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국내 연구(2017)도 이미 나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10∼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해 성인 2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나트륨 섭취량 ‘최고 그룹(8000㎎ 이상)’의 남성 비만 가능성은 ‘최저 그룹(2000㎎ 미만)’보다 1.35배 높았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선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식사는 뇌를 흥분시키고 과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나트륨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지방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활성이 높아져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지질대사 이상이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짠 음식은 높은 당분과 열량을 가졌다는 점도 비만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공육이나 냉동식품·통조림·가공치즈·크래커 등이 그 예다.

▶장수까지 원한다면 ‘블루존 다이어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근 ‘블루존 다이어트’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장수촌 사람들의 공통된 식습관을 활용한 것으로, 많은 영양학자가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블루존(Blue Zone)’은 장수마을을 연구해온 댄 뷰트너(Dan Buettner) 박사가 저서 ‘블루존’에서 사용한 단어다.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와 그리스 아카리아섬, 이탈리아 사르디나, 일본 오키나와섬, 미국 로마린다 지역이 ‘세계 5대 블루존’에 해당된다.

식단은 주로 식물성 식품으로 구성돼 있다. 블루존 사람들은 음식의 95%를 식물성 식품으로 먹으며, 육류는 한 달에 평균 5회 미만, 한 번에 56g 이하의 소량만 먹는다. 단백질은 콩류나 통곡물·생선 등을 통해 충분히 채우며, 유제품 대신 주로 식물성 식품에서 칼슘을 얻는다.

음료 역시 커피나 차·레드와인만 마신다. 허브티나 민들레차를 애용하며, 오키나와 사람들은 매일 녹차를 마신다. 물론 설탕도 적게 먹는다. 블루존 사람들의 하루 설탕 섭취량은 북미 지역 소비량의 5분의1 수준으로, 이는 미국심장협회(AHA)에서 제시한 권고량(남성 38g·여성 25g)과 비슷하다.

식사할 때는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오키나와 지역 사람들은 식사 시 80%정도 배가 채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식사를 멈추는 ‘하라하치부’를 실천한다. 식사는 대부분 가정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저녁식사는 하루 중 가장 적게 먹는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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