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시사] 미국 대선 이후…미·중 관계 여전히 비관적
뉴스종합| 2020-08-05 11:56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미·중 관계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 만약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대중국 정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과연 그럴까? 2016년 미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은 크게 당황했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 표에서 진 것도 억울했지만, 민주당 통상 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인 미국에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공화당은 자유무역 정책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보호무역주의를 선거공약으로 표심을 흔들어 대권을 챙겼는데, 민주당으로선 보호무역주의 당론을 어느 수준에 맞출 것인가를 정하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다. 트럼프와 차별화를 위해 자유무역주의로 바꿀 수도 없고, 웬만큼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봐야 트럼프 벽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들은 미 대선에서 통상 정책은 국내 이슈에 밀려 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통상 정책을 핵심으로 내걸어 대선에 이겼다. 오는 11월 대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순탄해보였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피해가 늘어나면서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잦은 말실수로 표를 잃고 있다. 당장 투표하면 바이든 후보가 유리하지만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트럼프는 반전 기회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중국에 대한 코로나 책임론을 이슈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16년 선거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었으나 이제 중국으로 타깃을 고정시키고 있다. 기존 고관세 수입 제한 조치에 투자심사 강화로 기술 협력의 길을 막았고, 중국 유학생 및 연구자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했다. 어렵사리 서명한 1단계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전시 상황에서나 가능한 외교공관 폐쇄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 발동 이유로 국가안보를 들먹이고 있지만 미 의회나 민주당에서 트럼프 정책을 적극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대선 이후 대중 정책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는 측은 바이든 후보가 미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했고 평소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왔기에 트럼프식 충돌과 갈등보다는 협력 체계 복원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무시하거나 탈퇴를 시사했던 세계무역기구(WTO)에 힘을 실어주고, 트럼프 취임 첫주 탈퇴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 정책이 바뀔까.

지난 7월 8일 바이든 후보와 올 초 민주당 대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대선공약을 보면, 트럼프 정책과 유사하고 어떤 부분은 트럼프 플러스(+) 내용으로 돼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정치인인 샌더스 상원의원은 어떤 의미에선 트럼프 대통령보다 보호무역 색채가 더 짙다. 바이든 후보가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동 대선공약을 발표한 것으로도 대선 이후 대중 정책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다.

제조업 부흥과 공급망 확충을 위해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할 것이며 ‘미국산(made in America)’ 마크 표기 기준을 강화해 미국에서 소비되는 상품에 투입되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부가가치를 대폭 줄여 미 노동자의 일감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미국산’ 라벨링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를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분야에 대한 산업 정책을 제시했으며, 리쇼어링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구체적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요란하게 중국 견제를 외쳤지만 실효가 약했다고 비판하고, 더욱 체계적으로 대중 정책을 추진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지금쯤 중국은 대선 이후에도 미·중 관계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실망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서는 아직도 낙관적인 미·중 관계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바이든이 승리하면 미국 시장 진출도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낙관론을 빨리 접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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