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태화의 현장에서] 삼성화재 잡자고 네이버를…
뉴스종합| 2020-08-06 11:47

‘이대로면 삼성화재를 영원히 못 잡는다. 차라리 네이버의 힘이라도 빌려볼까?’

손해보험업계 2위그룹을 이루고 있는 3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최근 고민이다. 이들은 모두 최근 핀테크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와 토스에 가입했다. 다만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와는 의견교환을 한 수준이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 50%,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50% 수준으로 고착화된 상태다. 자동차보험 갱신율은 90% 수준으로 높다. 이대로면 현재의 점유율은 영원한 순위가될 지도 모른다. 이리를 잡으려면 호랑이라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할 만도 하다.

고객 입장에서 보자. 2위들이 1위 잡자고 호랑이를 들이면 과연 그 비용은 누가 치러야 할까?

자동차보험은 유통 과정 진화로 가격 합리화가 이뤄져왔다. 보험사가 전환계약 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자동차보험 수수료율은 7~12%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설계사 비용을 줄인 다이렉트 상품이 보편화됐다. 다이렉트의 방법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통상 18%가량 보험료가 낮아진다. 그 과정 설계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소비자 이익증대’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제 사라졌던 이 비용을 ‘호랑이 값’으로 치러야 할 지 모른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원수사→고객’의 직거래 구조가 ‘원수사-유통업자(빅테크)-고객’의 옛 구조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명목의 광고비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11%에 달하는 광고비 명목의 수수료를 네이버가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수료가 비싸지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할인 혜택이 줄 수 밖에 없다. 수수료 제한 규제를 넘기 위해 ‘광고비’를 내세웠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어차피 사업비에서 부담되는 것은 피차일반이다.

사실 보험 비교 서비스는 보험협회들이 만든 ‘보험다모아’에서도 가능하다. 공적으로 구축된 만큼 무료다. 굳이 공짜인 서비스를 빅테크를 통한 유료로 이용하느니 소비자들이 이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다. 게다가 빅테크가 보험 비교 서비스를 해도, 30% 점유율을 가진 삼성화재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화재의 다이렉트자동차 보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과 업계는 고객 이익 증대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고객은 가격 부담을 지고, 보험사들도 플랫폼에 종속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유통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립판매대리점(GA)를 키우다 결국 이에 의존하게 된 전례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호랑이가 늑대를 쫓아낼지는 모른다. 하지만 늑대가 사라진 후 양떼는 모두 호랑이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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