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다주택자만 유죄? 유감스러운 청와대 비서진 개편
뉴스종합| 2020-08-11 11:28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따른 논란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10일 최재성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비서진 인사를 단행했다. 김제남 기후비서관은 시민사회수석으로 승진 발탁됐다. 이를 두고 이반된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새로 기용되는 청와대 비서진 면면에 대한 평가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의 신임을 토대로 정권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게 누구든 문제될 게 없다. 도덕적인 일탈이 특별히 불거지지 않는 한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인사에 유독 아쉬움이 많은 건 숨기기 어렵다. 최근 부동산 정책 논란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따져볼 건 이번 인사의 성격이다. 인사의 계기는 지난 7일 노영민 비서실장과 수석 5명이 현 정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의를 표한 데서 시작됐다. 결국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책임의 한복판에 있어야 할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 정책 라인 참모들은 교체는 고사하고 아예 사의 표명조차 없었다. 그리고는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정무와 민정, 시민사회수석만 직에서 물러났으니 고개가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책임의 핵심 상징인 노영민 실장의 유임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조원 민정수석의 교체는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이 요동치자 고위 비서진의 다주택 매각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서울 강남 3구에 2주택을 보유한 김 전 수석에게 그 책임을 엄하게 물은 꼴이 된 것이다.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아 여론을 악화시킨 책임은 물론 있다. 하지만 청주와 서울 반포 2주택자이면서 ‘똘똘한 한채’만 남기는 꼼수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노 실장은 면죄부를 받은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조차 불참하는 김 전 수석의 태도도 옳지 않다.

더 황당한 것은 문 대통령의 현실인식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정도라면 최근 일련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가 명백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조언을 하는 정책 라인 참모들 그냥 두는 인사를 보고 어찌 유감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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