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쉽게 결정해선 안될 부동산 감독기구
뉴스종합| 2020-08-11 11:29

정부가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립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다. 관련 특별법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도입을 전제로 논의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말이니 무게감은 상당하다. 양도세·종부세·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했고 임대차3법 등 부동산 약자를 위한 입법도 완료됐으니 앞으로 시장 관리 감독이 더욱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의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부동산 감독기구는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는 전시효과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부동산 시장 감독기능을 수행할 기구가 존재한다. 지난 2월 출범한 국토부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의 역할과 규모를 키우면 될 일이다. 이미 여기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해 부동산 실거래·자금조달 계획서 조사,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분석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전문성도 상당하다. 세금관련 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직접 조회할 권한이 없어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불만도 있지만 그건 부처 간 불협화음의 문제일 뿐 풀 수 없는 한계는 아니다.

굳이 상설조직으로 격상하면 결국 조직의 비대화를 불러온다. 그건 관료조직의 속성이다. 역대 모든 정권은 작은 정부를 공약하고도 공무원 수가 날로 늘어가는 이유다. 일부에선 금융감독기구의 효율성과 비교하는 모양이지만 모든 경제 활동의 혈액과도 같은 금융거래와 주택과 토지 중심의 부동산 거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이들은 금융사들이 감독비용을 부담하는 건 간과하고 있다. 부동산법인, 공인중개사, 감평사 등 부동산시장 주체들은 물론 심지어 개인 간 거래까지 감독하는 기구를 만들고 그 비용을 부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투기가 잠잠해져도 문제다. 주거가 안정되면 그때는 어쩔 것인가. 신축적으로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행정 조직은 없다. 필연적으로 부동산 거래의 감독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도 관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게 뻔하다. 국토부와의 중복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새 조직보다 기존 기구의 효율적 기능 활용이 답이다. 미래의 화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