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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동산 블루(blue)
부동산| 2020-09-07 11:40

코로나로 국민이 우울증에 빠졌다. 코로나 이후 삶이 이전과 180도 달라지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블루(blue)’다. 기업은 매출, 개인은 소득이 줄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더욱 크다. 집콕과 재택근무의 대세 속에 ‘코로나 조심하라’는 말이 국민 안부가 됐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부동산 블루’도 있다. 정부의 효과없는 부동산 대책이 빚어낸 슬픈 결과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국민의 동참과 지지라도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전쟁은 줄곧 시장과의 싸움이었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유탄은 유주택자, 무주택자 가리지 않았다. 특히 세금은 보유세, 거래세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랐다. 공시가격이 뛰면서 1주택자들도 예외가 없다. 1주택자들은 보호한다는 정부 취지는 무색해졌다. 국민 저항도 커졌다. 촛불집회와 청와대 국민청원의 단골 이슈가 ‘부동산’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국민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며 ‘부동산 거래 분석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기-승-전-규제’다.

무주택자들은 ‘집값 내린다’는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렸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30대의 배신감은 극에 달한다. 30대 영끌 매수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그들이 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지 이 정부는 모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타깝다’고만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민의 영끌매수에 대해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토부 장관이 무주택 30대와 서민을 투기꾼 취급하면서 염장을 제대로 질렀다. 이 같은 ‘부동산 꼰대’ 발언으로 두 사람은 대표적인 국민 밉상이 됐다.

가점제로 점수가 낮아 청약도 잘 안 되는 30대와, 담보대출도 잘 안 되고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집 한 채 갖는 게 소원인 이들에게 ‘임대주택 늘려줄 테니 여기서 살라’고 한다. 내집 마련은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이라는 한탄이 넘쳐난다.

전월세 세입자들의 우울감은 더 크다. 정부가 7월 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시행했지만 이미 전세대란은 시작됐다. 서울의 수천가구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매물은 몇건뿐이다. 간혹 나오면 집도 안 보고 계약부터 한다.

면밀한 논의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해버린 임대차법 때문에 최근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은 작년보다 2, 3배가량 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터지자 시장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주인과 임차인이 이전보다 더 많은 협의를 하는 것은 새 제도 시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한가한 소리만 한다. 국민의 우울증 지수만 더 높아질 뿐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공급대책은 사전청약 3만가구 발표부터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삐걱댄다.

‘부동산 세금은 오르는데 소득은 줄고, 내집 마련은 어려운데 청약은 안 되고, 전셋값은 치솟는데 전셋집은 씨가 마르고…’ 이러니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몇년을 고민하다 서울 노원구에 집을 산 30대 지인이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난 이 정부에 믿음이 생겼다. 어떤 정책을 내놔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씁쓸하다.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도 ‘부동산 블루’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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