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 월마트의 선전을 보는 씁쓸함이란…
뉴스종합| 2020-09-15 11:34

미국 아칸소주 소재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거셌던 지난 2분기(5~7월) 오히려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총 매출이 월스트리트의 추정치인 1355억달러보다 22억달러 많은 1377억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A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24% 오르면서 ‘코로나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A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이득을 본 빅테크 기업이나 백신 개발 호재가 있는 바이오 기업이 아니다. 바로 미국의 ‘국민 마트’인 월마트다. 월마트는 이 기간 전자 상거래 매출은 97%, 점포 매출은 9.3% 증가하며 수익이 늘어났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재택근무나 학교 원격 수업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 보니 식품이나 생필품 등의 소비가 증가한 것이 호실적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 기업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악재를 견뎌내며 선전하는 모습에는 당연히 박수쳐야 할 일이지만, 마음 한켠으론 씁쓸한 이유는 뭘까.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고전 중인 국내 유통기업들 때문일 게다.

우리나라 역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고, 일부 지역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을 못 본 지 벌써 3주째다. 하지만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3대 대형마트는 오히려 같은 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사상 최대 규모인 474억원의 적자를 냈고, 롯데마트도 570억원의 적자로 2분기를 마무리했다. 홈플러스 역시 경쟁사들만큼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과 우리 상황이 똑같이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국내 상권 구성 자체가 다른 데다 미국은 대선 정국에 돌입하며 우리보다 거리두기 조치를 빨리 완화했다. 여기에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14조3000억원 규모의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돼 매출에 타격이 컸다.

그렇다고 월마트의 선전을 간과할 순 없다. 월마트 역시 코로나19는 극복하기 어려운 변수였고, 아마존이라는 이커머스의 최강자가 언제나 월마트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월마트 역시도 국내 대형마트들만큼이나 사업을 하기가 상당히 고단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월마트의 행보가 최선의 답이 될 순 없지만 참고는 할 필요가 있다.

월마트의 전략은 사실 간단했다. ‘마트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소비의 무게추가 옮겨간 온라인에 적극 투자한 것. 이에 월마트는 지난 2014년부터 제트닷컴과 슈바이, 무스조 등 작지만 강한 쇼핑몰들을 사들여 온라인 거래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 등을 확보했다. 또 매장은 온라인몰에서 줄 수 없는 만족감을 주고자 의료, 송금, 미용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슈퍼센터’ 매장을 도입하고, 매장 주차장을 드라이브인 극장으로 변신시켰다.

물론 국내 유통업체들도 매장 리뉴얼 등 다양한 시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사업 등 미래에 대한 투자는 거의 올스톱됐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어려운 시기에 몸집만 줄이다 보면 정작 호시절이 왔을 때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월마트가 지금 선전하는 것도 6년 전에 투자했던 온라인 기업들과의 시너지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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