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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칼럼] 귀농·귀촌과 ‘입산의 삶’
뉴스종합|2020-09-15 11: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8월 하순부터 다시 귀농·귀촌 강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소득 대부분을 강의에서 얻는 필자로서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그렇다고 뭐 굶을 일은 없다. 강원도 산골의 집과 창고에는 옥수수·감자가 넉넉하게 쌓여 있고 10월에는 고구마도 거둔다. 도시적 소비만 줄인다면 소박한 시골 삶을 살아가는 데 별문제는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시골 삶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다. 먼저 한결 청정해진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요즘 강원도 산골 하늘은 필자 가족이 귀농한 10년 전의 맑고 푸른 모습을 되찾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니 시골살이의 참맛을 새삼 느끼게 된다.

또 하나, 통장 잔액은 줄어든 대신, ‘시간부자’가 됐다. 돈을 벌기 위한 경제활동에 덜 얽매이다 보니 자연과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은 훨씬 넉넉해졌다. 시간부자는 돈을 내려놓는 만큼 힐링을 얻을 수 있으니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범사에 감사하는 삶이다.

기나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이후 작물·과수밭은 아예 풀숲으로 변했다. 굉음을 내는 무거운 예취기를 둘러메고 전쟁(?)을 치르다 보면 온몸이 금방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평상에 누워 맛보는 한낮의 꿀잠은 그 자체가 보약이다. 베어낸 풀들이 뿜어내는 진한 풀 냄새는 치유의 향수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농작업 자체에서 힐링을 얻으니 충분히 족하다.

최근 몇몇 지인과 경기 가평군의 호명산(632m)에 올랐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상부에 조성된 호수공원과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인생길에 자주 비유되는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서 귀농·귀촌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등산(登山)’의 삶이다.

등산은 산에 오른다는 뜻인데, ‘정복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귀농으로 보자면 억대 농부를 목표로 하는 것과 같다. 연간 농업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는 억대 농가는 전체 농가(2019년 기준 100만7000가구)의 3.5%뿐이다. 도시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두 번째는 ‘산행(山行)’의 삶이다.

산행은 산길을 걷는 것으로, 등산보다는 한결 겸손해진 표현이다. 귀농으로 치면 연간 농업 매출 3000만~5000만원 정도. 이것 역시 100농가 중 9~15등은 해야 하니 결코 만만치 않다. 필자는 귀농·귀촌 강의나 상담 때 만 49세 이하 예비 농부들에게는 “10~15년은 내다보라”는 전제 아래 조심스럽게 등산 또는 산행의 시골 삶을 권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입산(入山)’의 삶이다. 산에 들어 안기는 것, 바로 안분지족의 삶이다.

필자가 진심으로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제시하는 시골살이 이정표다. 인생의 반환점을 돈 5060세대에게 특히 권해드린다. 그래야 힐링도, 여유도, 안식도, 느림도 어느 정도 내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소득은 필수인데, 이것도 각자 내려놓기 나름이다.

사실 5060세대 누구에게나 도시에서 인생 1막의 삶은 등산이었다. 남보다 더 많이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다면 도시를 내려놓고 들어온 인생 2막의 시골 삶은 당연히 입산이어야 하지 않을까. 시간부자가 되어 진정한 힐링의 삶을 누려보시라.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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