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앞에선 “성실히 소명하겠다”던 나눔의집, 법원엔 ‘후원금 못 돌려줘’ 세줄 소명
뉴스종합| 2020-09-16 10:30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나눔의 집 법인·시설 측과 첫 면담을 진행한 24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비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지원시설 ‘나눔의집’이 후원금 반환 소송과 관련, ‘후원금을 돌려줄 수 없고 소송비용을 후원자 측에서 내라’, ‘이유는 추후 설명할 것’이라는 세 줄짜리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소송을 건 후원자 측은 “앞서 나눔의집에 방문했을 당시엔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단복지법인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기부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이 제기한 후원금 반환 소송과 관련,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 ‘청구 취지에 대한 답변’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 원인에 대한 답변’으로 구체적인 답변은 소송대리인 선임 후 제출하도록 하겠다’ 는 세 줄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경우, 청구 취지에 대한 답변은 ‘후원금 반환 요청’에 대한 여부 답변, 청구 원인에 대한 답변은 후원자들이 제출한 후원 내역과 나눔의집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 후원금 반환을 요청한 이유에 대한 답변이다. 나눔의집은 답변서를 통해 이번 후원금 반환 소송에 있어 후원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에 대책모임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후원자들은 나눔의집으로부터 후원금을 반환받으면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소송비용까지 후원자들에게 받아내겠다는 나눔의집의 태도에 후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나눔의집 측이 지난달 15일 ‘미안하다, 성실히 소명하겠다’라는 뜻을 후원자 측에 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영호 대책모임 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 광복절에 나눔의 집에 가 나눔의집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책모임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제 발이 저렸는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서 죄송하다. 그동안 미비하게 한 거 미안하고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렇게 성의 없는 답변서가 온 것에 대해서는 민관합동조사기관에서 일정 부분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법조망을 피해서 정말 진정으로 무죄라고 생각하고 그러는 건지”라며 “처음엔 정말 할머님들을 위하다 욕심이 났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할머님들에 대한 진정성조차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할머님들께서 더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사시라고 후원한 금액을 그런 식으로 횡령했다는 것은 할머님들께서 더 행복할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눔의집 측에서 추후 답변하겠다고 한 ‘청구 원인에 대한 답변’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가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서 ‘돈은 못 줘.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게’식 무성의한 답변이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또 나눔의집 측이 법률대리인을 선임한 돈은 결국 후원금 아니면 국가 보조금일 텐데 어디서 났을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나눔의집 측은 지난 11일 법원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만약 나눔의집에서 추후 제출한 구체적인 답변도 ‘반성’이 아닌 ‘변명’의 취지라면 후원자들의 서명을 받아 나눔의집 관련자들의 구속수사를 청원하는 ‘구속수사 청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경기도는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 발표에서 나눔의집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모집한 후원금 88억원 중 2.3%에 해당하는 2억원만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나눔의집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나눔의집이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은 점 ▷할머니에게 폭언 등 정서적 학대를 한 정황 ▷개의정족수 미달에도 회의를 진행해 이사를 선임한 부당행위 등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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