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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공연장인가…290억 예산 들인 온라인 K팝 공연장 ‘갑론을박’
라이프|2020-09-17 07:02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초유의 예산 편성에 정부와 대중음악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수백억 예산을 들이는 온라인 K팝 공연장 조성 사업을 두고 업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온라인 공연을 ‘K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고 있으나,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방탄소년단과 SM의 온라인 공연 ‘성공 신화’에 기댄 ‘탁상행정’이자, ‘일부’만을 위한 지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온라인 K팝 공연 제작 지원을 위해 29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공연제작을 위한 K팝 스튜디오 조성에 200억원, 공연제작 지원에 90억원이 투입된다.

방방콘 더 라이브 캡처

최소 300평 규모 온라인 K팝 스튜디오, 팀당 3억씩 90억원 지원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에 따르면 온라인 K팝 공연장은 관객 입장은 불가능한 스튜디오 형태다. “기존 스튜디오 중 장소를 선별해 온라인 대중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무대와 음향, 조명, 송출 장비를 갖춘 전문 스튜디오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계획이다. 규모는 300~500평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새로 건립하기 보단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을 염두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조성하면 공모를 통해 총 30팀을 선정, 한 팀당 3억원씩 총 90억원을 온라인 공연 제작비용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SM이나 빅히트와 같은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공연이 진행 중인데, 작은 규모의 기획사들은 비용 부담과 기술력으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 기획사를 지원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온라인 공연 지원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큰 틀만 세워뒀으며,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구상 단계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6월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를 진행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방방콘’, SM ‘비욘드라이브’ 극소수 성공 사례

온라인 공연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선보인 유료 온라인 공연 ‘비욘드 라이브’는 슈퍼엠을 시작으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SM의 간판스타들과 함께 성공을 거뒀다.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은 세계 107개 지역에서 75만 6600여 명의 관객을 동원, 기네스 기록까지 만들었다. 매출은 무려 250억원에 달했고, 콘서트 관련 상품이 무려 60만개 이상 팔렸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 사례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두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도 많은 아이돌 그룹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콘서트와 팬미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것은 0.1% 최상위 K팝 그룹에 불과하다. 아이돌 그룹은 물론 페스티벌과 다른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온라인 공연은 수익은 커녕 ‘관객 확보’도 쉽지 않다.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한 한 관계자는 “무료로 해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유료 콘서트 시대를 연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라이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장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 “민간 공연장과 경쟁” 토로

대중음악계에선 이번 지원 정책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인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온라인 콘서트가 성과를 냈다고 공연장을 조성하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라며 “공연장이 없어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유료 관객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시도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온라인 공연의 성패는 ‘해외 팬덤’이 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 수익성을 담보한 K팝 가수의 경우 해외 결재 비중이 80%, 국내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온라인 공연은 해외팬이 많은 팀이라야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수익과 무관하게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아티스트의 홍보 차원에서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현재,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민간 공연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아이돌 그룹부터 인디 뮤지션 등 다양한 공연을 올리고 있는 홍대 공연장 브이홀 주성민 대표는 “수십년간 업계에서 만들어온 공연 생태계를 지키고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편성한 최악의 지원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장은 ‘셧다운’ 상태다. 공연은 열지 못 하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는 매달 발생하니 ‘생존’의 위기다. 저마다 살 길을 찾겠다고, 없던 장비를 마련해 온라인 공연도 시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의 공연장 조성 계획은 도리어 공연 문화 상권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주 대표는 “일부 스타급 아이돌 그룹 이외엔 성공이 어려운 온라인 공연을 위해 공연장까지 만드는 것은 코로나19로 다 무너진 콘서트 업체와 공연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싸우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케이콘텍트 [CJ ENM 제공]

유일한 수혜자는 국내팬 〈 해외팬 많은 K팝그룹

새 활로를 찾기 위한 온라인 공연 지원 정책에 수혜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굳이 필요치 않은 극소수 아이돌, 지원이 나온다 해도 해외 팬덤이 탄탄치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팀을 제외한 중간층이 존재한다.

K팝 그룹의 쇼케이스와 대면, 비대면 공연이 활발한 예스24홀의 윤정해 매니저는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촬영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대관료를 내고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공연을 열 수 있는 무대 기술과 송출 장비가 갖춰진 곳에서 지원을 받아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일부 팀들에겐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다”고 봤다.

해외팬의 비중이 전체 팬덤의 60~70%를 차지하는 아이돌 그룹의 기획사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도 ‘동상이몽’이 나오는 이유다.

두 팀의 K팝 그룹이 소속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팬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팬미팅이나 콘서트, 유료냐 무료냐에 따라 기획 규모가 다르고, 제작비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송출비 인건비 장비 비용 등 굵직한 금액 외에도 다국어 지원, 멀티뷰 등에 따라 소소한 비용 차이가 발생하는데 3억원의 제작비 지원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성과내기’식 세심하지 못한 정책…“생태계 붕괴 막을 현실적 지원 필요”

이번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 보고 일부를 위한 지원을 결정, 대다수의 현실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다.

윤동환 대표는 “온라인 공연을 열기만 하면 흥행이 된다고 생각한 지원책”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잠깐의 대안이지 오프라인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공연이 발전한 형태는 결국 생방송 음악방송이다. 영상 퀄리티가 높아지고, 시스템이 안정되면 이는 오프라인의 대안이 아닌 결재되는 생방송 음악방송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백억원을 들인 온라인 스튜디오가 향후 ‘애물단지’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건비 보수 유지비가 해마다 발생”(주성민 대표)하기에, “스튜디오 유지를 위해 최소 10억~30억원이 투입, 결국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윤동환 대표)는 지적이다. 이번 지원에 대해 코로나 시국의 ‘성과 내기’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계의 많은 지원 분야가 온라인을 향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 지원도 물론 의미있는 일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K팝 스타들이 찾은 새 활로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대중음악계에도 ‘사회적 약자’가 있다. 주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태계 붕괴와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 시국에선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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