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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축하서한 보냈는데…스가 ‘침묵’, 외무 “韓국제법 위반”
뉴스종합| 2020-09-17 09:57
일본 중의원은 16일 본회의를 열고 제99대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를 선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총리로 지명된 순간 일어나서 인사하는 스가 총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유오상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새 내각에 ‘소통 의지’를 강조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새로 구성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가 신임 총리는 침묵했고, 유임된 극우성향의 외무상은 “한국이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제 막 출발한 스가 내각의 외교 노선이 아베 내각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기본적인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양국이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일관계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스가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서한을 보내 ‘가까운 친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스가 총리에게 서한을 보낸 사실을 알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 언제든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일본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일본의 새 내각과 대화를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이번 서한에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정상이 바뀌면 외교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면서 주변국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려는 경향이 짙다는 점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정부의 기대를 외면했다. 스가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주변국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도 한국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유임된 일본 외무상은 “솔직히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전날 외무상 유임을 기념하는 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서한과 관련된 질문에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로 아시아 지역 안보에 한일ᆞ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웃이기 때문에 (한일 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한국이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큰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전날 일본 총리관저에서 첫 기자회견 열고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을 계승한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한일 관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일본과 인접한 외교 상대에 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언급했으나 한국만 빠진 것이다.

올해 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양자회담이 자연스레 성사되며 양국 대화가 급진전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도 있지만 한일간 쌓인 원론적인 문제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일 양국은 계속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스가 신임 총리의 기조로 봤을 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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