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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의 南山工房] 한국형 전투기사업, 이제 시작이다
뉴스종합| 2020-09-25 11:33
최종 조립에 돌입한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연합]

국내 연구·개발(R&D)을 결정하고 실제 사업 착수까지 장장 13년이 걸렸다. 본격적인 개발 착수 이후 시제기 제작과 시험평가에 또 10년여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과정 이야기다. 총 23년이 걸리니 시기상으론 3분의 2쯤 지나고 있다. 수확의 결실이 보여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돌다리 두드리다가 보낸 시간이 10여년이 넘기에 전체 개발 과정에서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 2002년 개발 결정된 KF-X가 2020년에 와서야 동체 최종 조립을 공개하면서 그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방위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대에 반대를 거듭했던 사업이다. 겨우 훈련기만을 만들어본 나라, 핵심 기술이 없어 전투기 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업타당성 조사, 지금 개발하는 4세대급 전투기는 수출이 어려워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등등의 고견(?)에 따라 2012년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탐색 개발을 거쳤음에도 실제 개발로 이어질 체계 개발 진입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우리의 능력이 부족하니 선진국의 의도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자식 레이더 등 4대 핵심 장비에 대한 미국의 기술 이전 불가에 따라 엄청난 국민적 관심도 받았다. 국회에서는 또 하나의 ‘방산 비리’가 터진 것처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KF-X 개발을 원하는 공군의 요구가 해외 구매로 결정된다면 다음 국내 개발 기회는 오는 2050년 이후에나 찾아올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체계 개발에 착수한 2015년 12월, 해를 넘기기 직전 가까스로 착수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갖가지 부대조건이 달려 여차하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사업 개시였다.

우려 속에서도 묵묵히 체계 개발에 매달린 지 5년여. 드디어 최근 전자식 레이더 개발 및 시제 1호기를 위한 납품, 동체 최종 조립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그간의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능력으로 개발해야 할 미사일과 폭탄, 항전장비, 그리고 이런 첨단 체계들을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전투기에 체계 통합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성공적인 KF-X 개발을 위한 방위사업청과 업계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시험하기 어려운 장비들은 해외로 보내 그쪽 기술진과 화상으로 시험하고 관련 자료를 우리 기술진이 재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2022년에 첫 비행을 할 수 있다. 그때부터 체계 개발이 완성될 2026년까지 고난도의 시험비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 비행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험비행은 사고 위험도 매우 크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우리가 개발한 미사일과 폭탄들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우리 전투기에 장착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최소한 여기까지 이뤄졌을 때가 진정한 전투기 개발 시작이다.


이제야말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개발인력은 충분한지, 예산은 적시에 지원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공동 개발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협상도 컨트롤타워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순풍에 돛 단 듯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론 또한 시기상조다. 새롭게 출범한 21대 국회에서 정기국정감사를 통해 우려와 비판보다는 격려와 응원으로 개발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전략적 아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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