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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속도 내는 KDB인베…두산인프라·한진重에 ‘동시 눈독’
뉴스종합| 2020-09-29 11:01

지난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출범한 KD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투자 고삐를 죄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등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할 ‘빅딜’에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투자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KDB인베스트먼트는 현대건설기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소송 우발채무 리스크를 두산그룹이 떠안기로 하면서, 인수전 참여를 꺼리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인 K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국내 최대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대기업 카브아웃(carve-out, 사업부 분할 매각) 딜에 정통한 중견 운용사인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도 함께 도전장을 냈다. 이 중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바 있다.

굵직한 인수후보들의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추석 연휴 이후인 내달 5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기계-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보고 있다. 사업부문이 겹치는 대기업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전략적투자자(SI)인데다, 매물 출회 당시부터 삼일회계법인을 인수자문사로 선정, 사업구조를 들여다봤던 진성 인수후보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은이 출자해 만든 조직인 만큼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대기업 구조조정 매물에 관심을 가져 왔다”면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이번 딜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한다면 KDB인베스트먼트 설립 취지에 맞는 의미있는 투자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 대금 중 현대건설기계와 KD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로 구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PEF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SI와 FI 컨소시엄에서는 FI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SI는 낮은 비중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그림을 그린다”면서 “다만 이번 인수건은 조단위 빅딜인 만큼 KD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여력이 클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공개매각 일정이 공식화된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도 유력한 원매자로 떠오르고 있다. EY한영을 인수주관사로 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달 26일로 예정된 한진중공업 예비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설립부터 조선사들을 자산으로 편입해 밸류업 비전을 가지고 있던 PE 하우스”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한진중공업 딜은 연결이 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딜 참여는 상당히 깜짝스런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적인 성격의 기관이라는 설립 취지를 감안한다면 2개의 대기업 구조조정 딜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명분은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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