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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12명 보트 탈출·中 구금 몰랐다던 홍콩 정부, 알고보니 항공기로 감시
뉴스종합| 2020-10-06 11:45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를 이용해 조사한 홍콩 정부 소속 B-LVB 항공기의 비행 경로. 지난달 8월 23일 쾌속정으로 홍콩을 탈출해 대만으로 향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홍콩 민주화 운동가 12인의 이동 경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빈과일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홍콩 정부가 보트를 타고 대만으로 망명하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 12명의 행적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기존 주장과 달리 항공기로 감시하고 해당 정보를 중국과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蘋果日報)는 홍콩 정부 소속 항공기가 지난 8월 23일 홍콩을 탈출해 대만으로 피신하려다 중국 광둥(廣東)성 해안경비대에 체포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가 탑승한 쾌속정의 움직임을 감시한 정확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건 발생 닷새 후인 같은 달 28일에야 중국 당국의 통보를 받고 해당 운동가들이 체포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홍콩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빈과일보는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를 이용해 8월 23일 오전 4시경 홍콩 국제공항을 이륙한 홍콩 정부 소속 B-LVB 항공기의 비행 경로를 조사했다.

해당 항공기는 활동가 12명을 태운 쾌속정이 대만을 향해 출발한 오전 7시경 1000~2000m 고도를 유지하며 홍콩 관할 섬 앞바다를 순찰했으며, 쾌속정이 중국 측 해역으로 진입할 당시 고도 1000m까지 하강해 쾌속정의 이동 경로와 같은 남동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소속 항공기는 이날 오전 8시 15분께 공항으로 회항했으며, 오전 9시께 중국 해경이 12명의 홍콩인 활동가를 나포했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홍콩 민주파 의원들은 빈과일보의 분석에 대해 일제히 정부 소속 비행기가 쾌속정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입법회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홍콩 야당 민주당 소속 제임스 토 의원은 “(B-LVB를 비롯한) 이런 비행기들은 통상적인 순찰보다는 특정 목표물 검색을 위해 배치된다”고 말했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이자 시민당 소속 제레미 탐 의원은 “정부 항공기의 항로가 쾌속정의 움직임과 매우 밀접하게 일치한다”며 “정부가 해당 상황을 감시하고 있던 것 같다”고 했다.

빈과일보는 홍콩 정부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홍콩 정부 비행 서비스부 역시 해당 항공기의 비행 목적 공개를 거부했다.

중국에 체포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 12명의 가족이 지난달 12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움을 호소했다. [로이터]

한편, 중국에 억류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은 불법 월경 혐의로 구금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1일 성명을 내고 중국에 억류된 홍콩 민주화 활동가 12명과 관련해 중국 광둥(廣東)성 당국이 변호인 접견을 막고 이들의 신변이나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홍콩 사무소 대변인은 “미국 일부 정객은 홍콩 주민의 불법 월경 행위 수사에 간섭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맞대응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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