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국가채무 문제 없다는 정부에 ‘아니다’라는 경제학자들
뉴스종합| 2020-10-08 11:42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모임인 한국경제학회 소속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나랏빚 급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소속 경제학자 40명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이라 문제없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설문조사에서 7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재정의 역할은 중요하고 지금이 써야 할 때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하나같이 “지금 괜찮다고 막 써도 문제없다는 식의 발상은 훗날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는 게 걱정이다.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이 1990년대 초반에 40%에 머물렀지만 5년여 만에 100%로 치솟았다”며 “정부지출의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없는 방만 운영이 국가채무를 걷잡을 수 없이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앞세워 국가채무가 늘어나도 견딜만 하다는 것은 미래세대에 무책임한 일이다. 이런 속도라면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위기를 앞세워 지금이 마치 기회인 양 포퓰리즘 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 “곳간에 쌓아둔 재정은 썩기 마련”이란 식의 발언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국가채무 급증에 아랑곳없이 기본소득 얘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진다. 게다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생아 출생시 2000만원을 주고, 특정이율을 적용한 뒤 성인이 됐을 때 인출할 수 있는 기본자산세 도입까지 내놓았다. 할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기본자산 도입은 1년에 6조~7조원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재정준칙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인 93%가 인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지난 5일에서야 재정준칙안을 내놓았다. 재정준칙을 제시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용은 맹탕이다. 특히 적용시점을 2025년으로 해 이 정부에서는 준칙에 매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펑펑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정부의 나랏빚 급증을 걱정하는데, 다음 정부부터 적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재정관리의 심각한 위협과 위험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변화(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저출산으로 돈을 벌 사람은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나갈 돈은 급증하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 경제학자가 아닌 누가 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이 큰 걱정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괜찮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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