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테크칼럼-강성유 신영증권 신탁사업부 변호사] 마지막까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뉴스종합| 2020-10-13 11:19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피(被)후견인으로 전락하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한때의 권력자가 자신의 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피후견인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취급 받는다. 후견인·후견감독인·가정법원이 피후견인의 재산과 신상에 관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물론 후견제도는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이념 하에 피후견인의 진의에 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견인·후견감독인·가정법원은 후견사무를 처리하는 제3자적 입장에 있다. 한정된 인력과 시간 탓에 전력을 쏟을 수도 없다. 특히 가족 간 분쟁이 생기면 주로 제3자가 후견인이 되는데, 피후견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다,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후견사무 보수를 받는 대가적 관계에 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제도가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대신에 후견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도록 촉진하고 있다’며 수정을 권고한 바 있다.

후견개시의 가능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급격히 증가한다. 당사자가 싫다고 해도 후견이 개시되고 그 조건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후견인 또는 그와 결탁한 가족들에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나의 평소 일들을 잘 알고 실행할 수 있는 대리인을 두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대리인과는 필요업무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후견계약(민법 제959조의14)을 공정증서로 작성·체결하고 등기한다. 내가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면 내가 정한 후견인이 내가 정한 조건대로 내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위와 같은 임의후견은 법정후견에 우선한다.

다만 권한집중에 따른 남용과 부정을 막기 위해 재산은 임의후견인으로부터 분리해 신탁할 수 있다. 후견계약의 조건을 신탁조건으로 반영해 수탁자가 함께 조건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리 권한은 임의후견인에게 있으므로, 수탁자는 임의후견인의 운용지시에 따라 재산에 대한 중요한 판단사항을 이행할 수 있다.

아울러 상속에 따른 분배조건을 명확히 하고 임의후견인을 유언집행자로 정해 상속집행을 하거나, 위 신탁조건에 상속집행 방법을 추가해 신탁재산 상태에서 상속인에게 상속집행이 이뤄지게 하면, 분쟁 등 없이 원활한 상속집행을 할 수 있다.

후견과 신탁제도는 마지막까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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