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비즈] 정부 마음대로 공시가격 인상해 세금을 올려서야
뉴스종합| 2020-10-15 11:57

주택 가격급등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소유자와 세입자를 가리지 않는다. 소유자는 세금, 세입자는 주거비 때문에 힘들다. 부동산 가격안정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헌법 제35조에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주택정책은 세금보다는 기본적으로 주택개발정책 등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적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가는 세금 혹은 전·월세 등의 규제를 주요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다. 국회는 세율을 인상했고, 정부는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올렸다. 소유자에 대한 세금인상은 세입자의 주거비에 전가됨으로써 주택수급에도 불안정을 야기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또한 임대차 관련 법령 개정으로 주택 가격과 전·월세시장이 불안하다.

세금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국가 주요 정책에서 전면에 앞세우는 것은 신중해야 하다. 세금은 국가의 재정확충과 최소한도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세금을 통해 국가경제를 일으키고 부동산 가격급등을 막는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가가 민간보다 비효율성이 높아서다. 세금으로 국가의 주요 정책을 치유하고 국가경제를 부흥할 수 있다면 세금만큼 쉬운 정책수단은 없을 것이다. 모든 국가가 국회에서 세법만 바꾸면 국가경쟁력이 제고되고 국가경제도 발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크게 거래세와 보유세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보유세에 속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미실현소득인 과세표준을 시장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을 기초로 계산해 과세되는 세금이다. 동 세액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 후에 다시 초과누진세율 을 곱해 계산된다. 주택의 취득과 양도 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교환가치인 시장가격을 토대로 세금을 계산하지만 주택 보유시에는 시장가격을 주택별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법령으로 정한 공시가격을 대신 사용하게 된다.

핵심 쟁점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이들은 법적 수탁범위에서 국회의 동의 과정 없이 장관들이 모인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공시가격은 시장가격보다 53%에서 79.5%까지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주택 가격안정화 일환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세금인상을 위해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했고 앞으로도 인상 가능성은 매우 크다.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 간 인상폭을 달리하는 등 부작용도 심하다. 또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부동산시장 동향과 지방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인상했다. 주택의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 등 외부에 위탁해 독립적으로 정하게 돼 있지만 실제 정부가 지침을 통해 개입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과 고발이 있다. 이런 지적이 있어서 그런지, 지난 8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공시 가격의 시세반영률(과세표준 현실화율)의 목표와 계획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립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정부가 국회를 통하지 않고 수탁범위에서 마음대로 공시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세금인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해둔 것이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정부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수탁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결정해 시행하기보다는 인상폭 등에 대해 국회의 사전 동의 과정을 거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세입과 세출을 해마다 국회 동의를 받듯이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과세표준 현실화’를 하겠다고 공연히 얘기하는 것은 별도의 국회 동의 없이 세금을 올리겠다는 의미로써 우려된다.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가 살아 있도록 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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