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백신 투약 고교생 사망, 무관해보여도 철저조사는 필수
뉴스종합| 2020-10-20 11:29

고3(17세) 남자 수험생이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이틀 만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망한 학생은 지난 14일 낮 12시 민간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이 일어나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깨우러 들어가 보니 의식을 잃은 채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었고 119에 신고했지만 응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해당 학생은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1차 부검에서도 사망과 독감 백신과의 관련성은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평상시라면 그 정도면 시험준비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돌연사 정도로 정리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다. 여기에다 올해의 백신 접종 사업은 출발부터 저가입찰 논란과 운송 과정에서의 상온 노출 등 숱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철저한 조사와 신뢰할 만한 결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자칫 백신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망한 학생이 맞은 것과 동일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이상 반응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아직 이상 소견은 없다.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安全)이 아니라 안심(安心)이다. 안전은 합리와 이성이다. 수치와 논리로 증명하면 된다. 백신의 안전성은 이미 오랫동안 검증됐다. 독감백신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독감백신 관련 이상반응 합병증으로 보고된 사망 사례는 2009년 65세 여성 1건뿐이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수천만명 이상의 접종건수를 감안하면 무시해도 좋을 수치다. 게다가 사망 학생이 맞은 백신은 상온 노출의 회수 대상도 아니었다. 안전했다는 건 팩트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은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백신의 안전성을 이해해도 안심하지는 못하는 이유다. 그건 감정의 문제다.

안심은 신뢰에서 온다. 방역 당국이 주력해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현재 방역 당국의 인식과 신속한 조치는 다행스럽다. 첫 단추는 잘 꿰어진 듯하다. 화들짝 놀라 감추는데 급급하지 않고 즉각 사실을 발표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예방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더욱 주목하며 추가적인 정밀조사에 착수한 것은 신뢰감을 준다.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조사와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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