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한눈에 읽는 신간]‘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외
라이프| 2020-10-23 09:03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미야구치 코지 지음, 부윤아 옮김, 인플루엔셜)=청소년 범죄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동은 인지기능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밝혀내 화제가 된 책. 일본 아동정신과 전문의인 코지 박사는 의료 소년원에서 폭행 및 상해죄로 입소한 아이를 치료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년에게 신경심리검사의 일종인 복잡한 도형을 제시하고 따라 그리게 했는데 아이가 그린 그림은 전혀 달랐다. 소년원의 다른 아이들을 상대로 한 실험도 마찬가지. 원을 케이크로 생각하고 똑같이 세 조각으로 나누는 실험에서, 아이들은 비슷한 크기로 나누지 못했다.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셈을 못하고 짧은 문장조차 외우지 못하고 정보를 일부밖에 못 받아들이거나 왜곡하는 일이 벌어져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다. 인지 장애가 비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학생의 14%정도로 추산된다. 코지 박사에 따르면,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은 보고 듣고 상상하는 힘이 약하고 감정 제어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에게 칭찬이나 야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루 5분 인지기능을 높이는 ‘코그니션 트레이닝’을 제안한다.

▶공간과 장소(이-푸 투안 지음, 윤영호 외 옮김, 사이)=코로나 집콕시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쩔 수 없이 외출을 삼가지만 이내 나가지 못해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인문지리학의 대가 이-푸 투안에 따르면, “장소는 안전을 상징하고, 공간은 자유를 상징한다. 우리는 장소에 애착을 갖지만 동시에 공간을 갈망한다.” 집은 안전하지만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공간과 장소는 일상에서 섞어 쓰는 친숙한 단어들이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공간은 자유와 개방, 노출, 취약, 움직임을 의미하며, 장소는 기존 가치, 안정, 정지를 의미한다. 인간은 개방된 공간과 아늑한 장소에 대한 열망을 끊임없이 오가며 머묾과 떠남을 반복한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적이고 미묘한 삶의 경험들이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나간다. 나무 한그루, 가로등, 다락방 등 애틋한 경험, 친밀한 보살핌, 좋은 사람 등 경험과 애착은 장소를 특별하게 만든다. 집에 대한 애착 역시 이런 친밀한 보살핌에서 비롯된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이런 ‘원초적인 장소’가 된다. 문학, 심리학, 역사, 인류학, 건축학을 오가며 공간과 장소의 의미를 탐색해나가는데, 특히 상상력이 어떻게 장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 대목이 흥미롭다.

▶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비채)=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해 쓴 논픽션. 망설임과 주저함을 넘어 아버지의 부끄러움, 역사의 진실에 다가간 따뜻하고 서늘한 글쓰기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50년대 후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하는 글은 교토 어느 절집의 6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무라카미 지아키의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개인의 역사를 따라간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아버지는 하루키에게 끔찍한 전장의 기억을 공유한다. 그 중 중국군 포로를 군도로 척살해버린 무도한 기억의 조각은 하루키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작가는 난징전에 아버지가 참전한 게 아닌가 싶지만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그 일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다. 70대가 된 작가는 목에 가시처럼 걸린 아버지의 삶의 풍경을 정리해보자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고양이에서 실마리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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