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평등의 덫’때문에 우울·절망!
라이프| 2020-10-23 09:05

사회 도처에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지는 요즘, 평등은 첨예한 정치적 사안이 됐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부당한 처우나 누군가의 무임승차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평등이 자기 보존을 위한 구실이 된 평등의 두 얼굴이다.

‘토크빌과 평등의 역설’(사월의책)은 민주주의에 관한 탁월한 고찰을 보여준 19세기 사상가 토크빌을 통해 현대민주주의 사회가 빠져들기 쉬운 ‘평등의 덫’을 심도깊게 파헤친다.

미국학 교수인 요하네스 뵐츠는 토크빌의 평등에 대한 두 종류의 열망을 살피며, 평등 딜레마를 해부한다. 하나는 더 강하고 높은 서열에 있는 사람들처럼 되고자 하는 열망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내리려는 욕망이다. 전자는 우리 모두를 위로 끌어올리는 진보적 동력이 될 수 있지만 후자와 같이 아래를 향한 균등화는 평등에 대한 소망을 점점 더 부채질함으로써 아주 작은 차이들에 민감해지고 절망하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공정을 옹호하는 외침은 평등 그 자체보다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평등을 비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근래의 공정 담론이 개인 혹은 집단 이기주의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정치철학자 클로드 르포르는 토크빌의 생각을 이어받아 이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다수의 압제기제로서의 여론의 문제를 살핀다. 토크빌은 여론이 일차적으로 평등을 지향하며 일치된 여론이 민주적 전제정치, 민주적 순응주의를 낳는다는 데 비극성을 읽었다. 여론은 다수의 대중이 독자적 판단력을 동등하게 갖고 있다는 동질성이 일종의 보증이 됨으로써 헝성되며, 가치판단을 수반한다. 과거엔 가장이나 스승, 영주, 사제, 마법사 등에 복종함으로써 여론이 효력을 가졌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선 개인들이 경험하는 개별화가 근간이 돼 동일성을 자극함으로써 여론에 효력을 부여한다. 토크빌은 이런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여론이 과거보다 더욱 절대적인 권력에의 복종이라고 봤다. 그리하여 “평등을 향한 열망은 물질적 평등주의보다 더 위협적인 정신적·도덕적 평등주의 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믿던 문필가는 여론에 의해 비판, 배제를 거쳐 논쟁에 끼어들 기회가 막히면서 스스로 생각하려는 열망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정치적 평등을 달성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정을 둘러싼 싸움이 왜 끊임없이 벌어지는지, 더 획일화로 치닫는지 근본 이유를 다각적으로 살폈다. 한국문학장을 살핀 특집도 실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토크빌과 평등의 역설/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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