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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크 코로나, 거대한 변화에 올라타라
라이프| 2020-10-23 09:06
“이전에 유행했던 감염병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기존에 이미 진행되고 있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더 신속하게 도입되고 인구 고령화는 더 가파르게 진행되며,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훨씬 커지고 신흥공업국 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다.”(‘2030 축의 전환’에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든 한 해, 2021년을 준비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다음 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평소보다 일찍 미래전망서들을 내놓았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생활전반을 한꺼번에 바꿔 놓으면서 4차산업혁명이란 추상적 방향이 뚜렷해진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기민하게 움직인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는 ‘2030 축의 전환’(리더스북)에서 “2030년 인류는 더 거대하고 심오한 질적 전환을 맞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 2030년일까. 인구, 사회, 경제, 기술 영역의 주요 메가트렌드들이 수렴하는 2030년이 바로 임계점으로 모든 변화의 물결이 응집, 폭발할 것이란 예측이다.

기옌 교수에 따르면,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아프리카와 인도로 이동한다. 이는 인구구조의 문제다. 선진국에서 신생아 한 명이 태어날 때 인도, 아프리카 같은 신흥공업국과 개발도상국에선 아홉 명이 태어난다. 2030년이 되면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아프리카와 동아시아가 그 뒤를 잇게 된다. 아프리카는 농업과 산업의 이중 혁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신흥중산층이 소비자, 생산자, 투자자로서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이들 소비 규모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5배 이상이 된다. 이젠 심슨 가족이 아니라 중국의 왕씨 가족, 인도의 싱씨 가족, 아프리카의 므왕기 가족의 취향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소비층은 60대다.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들 세대는 전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신기술 수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계 외골격을 장착한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언 맨이 젊은이들과 함께 출근하고, 여가시간에는 가상현실 장비를 사용, 친구들과 유명 관광지들을 돌아다닌다. 구독서비스를 즐기고, 공유플랫폼을 통해 남는 방이나 자가용을 대여하고 부수입을 얻는다.

여성들의 재산 축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 자본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수익률 변동이 큰 관리형 펀드 보다 주가 시장 지수와 연동한 주식 펀드 선호는 여성 투자자의 비율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여성은 또한 교육, 건강, 보험 등에도 관심이 높다. 투자자로서의 여성을 잘 이해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게 가능하다.

가상현실에서 3D 인쇄술,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새로운 기술과 로봇이 일상화된 현실을 기옌 교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비유한다. 새로운 기술들은 빈곤과 질병, 환경 파괴, 기후변화, 사회적 고립 등 난제의 해결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옌 교수는 코로나 19가 이런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며, “2030년을 맞이하려면 수많은 새로운 발상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직업과 퇴직, 혹은 장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메가트렌드 및 미래에 주목한 ‘세계미래보고서 2021’(비즈니스북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각 분야가 어떻게 바뀔지 세계 66개국, 4500명의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의 긴급 진단과 전망을 담았다.

코로나 팬데믹 자구책으로 등장한 비대면 문화의 일상화, 온라인으로의 이동,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은 초연결사회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분야는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학이 소멸한다. 지난 7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대학교 졸업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대학 졸업장을 기피하는 기업은 절반이나 된다. 재택근무 보편화로 도심은 공동화되고 외곽으로의 이주가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바뀐다. 디지털화폐 전쟁과 핀테크의 발달로 금융권도 재편된다.

보고서는 또한 공공의 복지의 중요성으로 각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전문가 28인이 진단한 ‘2021 한국경제대전망’(21세기북스)은 우리 경제의 소비와 고용, 대외무역환경과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한다.

플랫폼 노동은 경기 침체와 비즈니스의 변화로 지속적 확대가 예상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업무에 따른 평가인 직무급제나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코로나 19로 해외생산이 갖는 위험이 부각되면서 세계화는 퇴조하고 내수진작 중심의 경제운용이 중요해졌다. 미중 갈등은 미국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획기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한국으로선 다자무역 체제를 존중하는 바이든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측면에선 인공지능의 경우 기술 자체보다 응용쪽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수소산업은 탄소저감이 주요 화두가 된다. 애플과 유럽연합과 거래하려면 탄소발생량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흐름은 대세가 된다.

불안요인도 있다. 재정확대와 고착화된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시장 변동성, 가계부채 확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K-방역 성공으로 한국은 2021년 어느 국가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갖춘 셈이 됐다며, 대전환의 흐름을 파악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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