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검찰을 정치로 뒤덮어놓고 개혁을 논할 수 있는가
뉴스종합| 2020-10-23 11:35

2020년 10월 22일은 법무부와 검찰 갈등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듯하다.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법무장관을 직접 비난하고 장관은 곧바로 감찰을 지시했다. 같은 날 검찰 핵심 인사는 정치개입을 비난하며 직을 내던졌다. 갈등과 균열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을 작심발언으로 쏟아냈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법무부가 ‘협의없는 독단인사’를 일삼았으며 “사기꾼의 얘기를 갖고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추미애 장관을 직격했다.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민주당의 박범계 의원의 지적에는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되받아쳤다.

이런 와중에 라임 관련 수사를 지휘해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사의를 표했다. 파문은 작지 않다. 그는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해 반총장, 친여라인으로 분류되는 데다 임명된 지 3개월밖에 되지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그런 인물이 검찰과 수사에 대한 정치개입을 비난하며 직을 내던졌겠는가. 어떤 수사 결론을 내더라도 법리와 상관없는 진영 논리의 비난이 두려워 내린 도피성 결정은 아닐 것이다. 현직 총장의 가족을 기소할 정도의 강직함을 가진 인물이라면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호소형 결정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윤 검찰총장의 답변을 지켜봤고 박 지검장 사퇴의 변을 들었음에 틀림없는 추 장관은 국감이 끝나기도 전에 라임사건 수사에 의혹이 가득하다며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모욕을 모욕으로 되갚는 듯한 모양새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두 조직, 두 인사 간 갈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오늘날 사태의 원인제공은 추장관이 했다. 정권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은 채 울산시장 선거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진행한 윤 총장에게 재갈을 물린 것이 갈등의 출발점이란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도 그는 검찰개혁을 끊임없이 외친다. 협의없는 인사와 총장 지휘권 박탈이 모두 검찰개혁을 위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그가 원하는 건 정권에 말 잘듣는 검찰로 만드는 순치(馴致)에 다름 아니다.

검찰을 정치로 덮어버리고 검찰개혁을 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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