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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2020 대한민국 ‘청춘’ 건강도 희망도 잃었다
뉴스종합| 2020-10-31 09:01

#1. 졸업을 유예한지 2년째인 이윤영(26) 씨는 2020년에는 당연히 소위 ‘취뽀(취업 뽀개기의 준말, 취업에 성공함을 뜻하는 말)'에 성공할 줄 알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밀리는 토익시험과 NCS 시험에 좌절했다. 또, 뜨지 않는 공채를 기다리며 막막함을 넘어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얻었다.

#2. 가끔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던 것이 음주의 전부였던 김종우(28) 씨는 2020년 술 없이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늘었다. 한 캔 두 캔을 넘어 매일 같이 술을 먹던 그는 ‘이렇게는 아무것도 못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알콜중독 치료센터를 찾았다.

#3. 주식과 관련된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최이현(25) 씨는 포털에서 ‘동학개미 운동’을 보고 ‘나도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받았던 알바비를 주식에 다 넣었지만, 오르내리는 차트를 보고 있자니 자신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20년 20대 청춘의 자화상은 우울했다.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이지만, 대한민국 청춘들은 건강도 희망도 잃어가고 있었다.

헤럴드경제 헤븐팀이 21대 첫 국회에서 있던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20대 관련 자료들을 모아 정리해 봤다. 20대 청년들은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청년들은 알콜중독에 빠졌다가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했으며, ‘한방’을 생각하며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늘려가는 청년도 있었다.

20대 정신건강 위협…‘빨간불’

20대의 정신건강 위협은 2020년 들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우울증 환자는 2016년 64만여 명에서 2019년 79만여 명으로 약 15만여 명이 증가했다.

이 중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6만3000명에서 9만2000명으로 20대에서만 78% 늘었다. 이같은 우울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급증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 제출받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현황’자료에 따르면 20대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은 지난해 2951명에서 올해 8월 4213명으로 가장 높은 43%의 증가세를 보였다.

김원이 의원은 “우리 사회에 우울증 관련 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코로나19로 인해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알맞은 회복 과정을 거쳐 사회로 다시 복귀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정책·제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 알콜중독 심각…치료도↑

20대의 ‘알콜중독’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회는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2차 조사 시점인 5월에 ‘주 4회 이상 음주’ 빈도가 1차 시기보다 1.8% 가까이 늘었다.

20대 폭음빈도의 경우 20대와 40대 연령층에서 ‘거의 매일’ 폭음하는 빈도가 1차 때와 비교하여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음주빈도 변화에 있어서는 20대와 50대는 1차 때보다 2차 때에 음주 횟수가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알콜중독질환’ 진료도 늘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콜중독질환 관련 진료환자 5년간 3만 8000명이 늘었다. 20대에서만 관련 치료가 약 34.6% 가까이 올랐다.

서영석 의원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알콜중독 환자 증가세가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젊은 층의 경우 인체의 거의 모든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는 피해가 심각하고, 뇌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올바른 음주문화 교육 등 알콜중독 예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대 마이너스통장 사용·구직급여 수급↑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20대의 ‘경제현실’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실업급여를 타는 20대가 늘었으며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20대가 급속도로 늘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8월 기준 20대 이하 구직급여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대 청년 수급자는 전년 동기 대비 99.9%가 늘었다. 30대 39.5%, 40대 44.9%, 50대 41.3%, 60대 이상 44.6% 등과 비교해 증가 폭이 매우 가파른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준 올해 4월부터 20대 이하 청년들의 실업급여 수급률은 급증했다. 4월에 48.3%로 전년 동월 대비 절반 가까이 수급자가 더 늘어났고 이후 5월은 70.7%, 6월 90.2%, 7월 92.0%, 8월 99.9%로 점점 증가했다.

힘든 상황에서 ‘한탕주의’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말까지 20대의 누적 증권계좌 수가 240만 개 늘어났고, 신용거래는 잔액 기준으로 133% 올랐으며, 신규 대출액은 8.2조원에 달한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20대는 1만4245명으로 전체 2만4997명의 57%다.

장혜영 의원은 “20대의 증권계좌와 마이너스 통장 등의 증가에 따른 ‘빚투’ 현상이 우려할 만한 상황에 이른 것은 자산격차 확대와 공고해진 불평등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라며 “사적 자산기반복지를 넘어, 자산이 없는 청년들도 불안해하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븐〉

헤럴드오븐 :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

김용재·홍승희 기자/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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