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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넘나든 모성애…김희선은 박선영·윤태이 그 자체였다.
엔터테인먼트| 2020-10-31 17:26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앨리스’는 김희선이 열고 김희선이 닫았다. 김희선은 지난 16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남다른 캐릭터 분석력으로 2개의 캐릭터를 모두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재입증했다.

“‘앨리스’의 큰 틀은 모성애다. 언제 들어도 찡하고 짠한 게 부모의 감정이다. 내가 주원 같은 큰 아들을 키우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는데, 엄마가 아이를 두고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 주원 씨만 봐도 눈물이 나고 그립다. 이 세상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엘리스'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도 박선영을 보면서 엄마로서 같이 울었다는 것이다.”

극중 김희선은 강력한 모성애의 소유자 박선영, 당찬 물리학자 윤태이 1인 2역을 입체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를 위해 김희선은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나이대를 넘나들며 극을 이끌었다. 김희선은 말투, 표정, 눈빛은 물론 스타일링까지 두 인물을 완벽하게 구분해 표현해냈다.

특히 극 중반 20대 대학원생 윤태이가 등장할 때는 과거와 변함없는 눈부신 비주얼을 자랑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김희선이라 가능했고, 김희선이어야만 했던 ‘앨리스’ 속 박선영과 윤태이였다는 호평이다.

극 초반 예언서를 찾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극중 김희선은 매혹적인 분위기로 ‘앨리스’ 시스템을 구축한 미래과학자의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폭발시켰다. 이후 40대의 박선영으로 분한 김희선은 오랜 세월, 시간여행의 비밀을 안고 홀로 아들을 키워온 엄마 그 자체였다. 나아가 물리학자 윤태이일 때는 당당하고 강단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선영과 태이, 둘을 잘 표현했다고 호평해주시는 데 저도 나름 만족하지만 아쉬움도 남아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는 안방극장에서 보기에 무리인 점도 있다. 물리학자 윤태이를 소화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공부하고 물리학 교수에게도 물어봤지만, 따라갈 수는 없다. 천체물리학의 원리를 이해할 순 없었다. 대사를 기계적으로 머리에 넣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천체물리학자 역은 안할 것이다. 너무 어렵다. 평행세계와 양자역학은 내가 들어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

그럼에도 김희선은 윤태이를 잘 표현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희선은 “윤태이는 진겸(주원)과 풀어가는 게 중요했다. 시간여행의 어려움도 있지만 휴먼SF여서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도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12역의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대사를 다 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역할을 바꿀때 표정관리에 애를 먹거나 헷갈린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원이 사랑하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기위해, 태이를 보호할 때는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미안함과 고마움 같은 게 느껴졌다. 까칠한 여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남자를 처음 본 것이다. 태이를 위해 희생하는 진겸에게 감동을 받아 연기했다.”

김희선이 탄탄하게 쌓아올린 각각의 캐릭터는 이후 ‘앨리스’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했다. 특히 지난 8회, 처음으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김희선은 흔들리는 동공, 불안감에 휩싸인 눈동자로 윤태이에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지시켰고, 나아가 박진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오열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트렸다. 또한 박진겸이 시간여행을 떠난 순간에서는 그가 마주한 김희선의 눈빛만으로 현재인지, 과거인지를 알아차리게 했다.

무엇보다 지난 12회 엔딩에서 윤태이와 박선영이 마주해 안방극장을 발칵 뒤집었다. 같은 얼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빛과 말투, 분위기가 완전하게 달랐고, 실제로 전혀 다른 두 인물이 마주했다는 착각이 들게 하며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김희선의 연기 내공이 제대로 빛나며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치솟게 만든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은 “김희선, 박선영 윤태이 정말 완벽하게 달라서 누가 등장했냐에 따라 극의 시점이 보임”, “박선영일 때도 이쁘고, 윤태이일 때도 이쁜데 느낌이 완전 달라. 참 신기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김희선은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길고 힘든 여건하에 촬영을 하다보니, 끈끈한 동료애가 생겼다. 스태프들과도 연락한다. 그래서 일정이 더 짧게 느껴진 것 같다. 종방연도 못해 섭섭하다”면서 “SF 장르라 우려, 불안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감독님을 믿고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상상력도 생기고 서로 믿고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주원과 곽시양 씨는 늘 나에게 여신님이라 해줬다. 서로 배려하기 바빴다. 이들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대기실보다 촬영 현장이 편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희선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오래 갈 수 없다. 비결은 시청자, 관객분들 아닐까"라면서 "관심을 받으려고 하면 안되더라. 관심 받으려고 하면 관심이 멀리 도망가는 것 같다. 내 일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다보니 지금 여기 와 있는 것 같다. 관심 받으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답했다.

김히선은 함께 연기하고픈 남자배우로는 "강하늘과 유아인, 좋은 남자배우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할 생각은 없냐고 하자 "요리 실력은 없다. 간판도 없는, 정말 알려지지 않은 맛집을 내가 좀 안다. 전화를 해야 문을 연다, 모두 유명한 맛집을 가는데, 내가 그런 맛집을 한번 소개해볼까 한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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