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빠른 배달·낮은 배달팁 경쟁…배민 개편에 업주들 주문 ‘뚝’ [언박싱]
뉴스종합| 2021-01-18 15:33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앱 정렬 방식을 개편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주문이 들어올 시간에 주문이 없어 이상했죠”

대구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강성민(36) 씨는 지난 14일 이후 배달 주문이 평소만큼 들어오지 않아 의아했다. 확인해보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앱(App)의 가게 노출 기준에 ‘배달 빠른 순’이 추가된 것. 옆에는 ‘배달팁 낮은 순’이 보였다. 강씨는 “월~수요일 하루 4500번 가량 가게가 노출된 데 반해 업데이트 이후인 목~토요일에는 2500~3000회에 그쳤다”며 “주말 노출이 평일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배민 앱 개편…“고객 편의 위해”
배민 앱 정렬 방식에 배달 빠른 순이 신설됐다. 배달팁 낮은 순도 더 앞쪽에 배치됐다. [사진=배민 앱 캡처]

배민이 배달 속도전, 저렴한 배달팁 경쟁에 불을 붙였다. 1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4일 배민 앱을 업데이트하면서 음식점 노출 기준에 ‘배달 빠른 순’을 신설했다. 기존에도 있던 정렬 방식인 ‘배달팁’은 ‘배달팁 낮은 순’으로 이름을 바꿔 전보다 앞쪽에 배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빠른 배달과 저렴한 배달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가게를 쉽게 찾도록 해 서비스 이용 경험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위노출 광고를 안 해도 가게가 상단에 올라갈 조건이 생겼다”며 “업주들의 광고상품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편 이후 주문 뚝…업주들 ‘울상’

소비자의 편의를 위함이라고 하지만, 업주들은 이번 개편으로 주문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9) 씨는 “보통 금요일 오후 9시께는 매출이 25만원 정도 나오는데 지난 15일에는 9만원에 그쳤다”며 “평소 20만원 나오던 토요일 오후 8시까지의 매출 역시 1만6000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배달이 빠른 순으로 가게가 노출되면서 배민의 울트라콜 광고 효과가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울트라콜은 업주들이 정한 위치, 일명 ‘깃발’을 꽂은 곳을 중심으로 가게를 보여주는 광고로, 업주들은 깃발 당 8만8000원을 지불한다. 하지만 배달이 빠른 순으로 가게를 나열하면서 깃발에 들인 돈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강씨가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이에 업주들은 꽂았던 깃발을 뽑기 시작했다. 이씨는 “깃발을 세 개에서 하나로 줄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동시에 일주일 간 깃발을 하나만 남기고 다 뽑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적어도 5000명 이상 참여하면 배민에 우리의 어려움을 알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팁 경쟁…배민 배만 불리는 것?
[사진=연합뉴스]

치열해진 배달팁 경쟁 또한 문제로 꼽힌다. 업주들은 배달팁을 낮게 설정하는 대신 최소주문금액이나 음식 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씨는 “음식 값을 올려 수수료를 더 받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고객이 배달팁 낮은 순으로 정렬해 주문할 경우 수수료는 울트라콜 중개이용료(월 8만8000원)가 적용되고 업주의 추가 부담은 없다”며 “배민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민 주문의 대부분은 울트라콜을 통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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