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바이든 취임] 백악관 집무실 트럼피즘 상징물 제거…‘노동운동 아이콘’으로 변신
뉴스종합| 2021-01-21 14:19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다 백악관 집무실도 새단장을 마쳤다. [A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다 백악관 집무실도 새단장을 마쳤다.

두드러진 것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지향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초상화와 인물상의 변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신념 차이만큼 집무실 풍경도 크게 변했다.

WP는 대통령이 바뀌면 집무실 외양도 바뀌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바뀐 품목의 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빠지고 노동 운동가 세사르 차베스의 흉상이 들어왔다는 사실로 대변된다.

인종주의 배척과 다양성 존중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잭슨 전 대통령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7대 대통령인 잭슨의 초상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때 선택했으며 이후 백악관 내 인종주의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잭슨 전 대통령은 노예제를 유지했고 백인을 정착시키려고 ‘인디언 제거법’을 만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수만명을 터전에서 몰아냈다.

1838년부터 1839년까지 집행된 원주민 강제이주 과정에서 체로키 부족 40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강제이주는 ‘눈물의 길’로 불렸고, 체로키 부족과 크리크 부족은 잭슨 전 대통령에게 각각 ‘인디언 킬러’, ‘날카로운 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 뒤에 배치되는 차베스의 흉상은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는 기반을 상징한다.

차베스는 가톨릭의 사회참여론과 좌파 이념을 앞세워 미국 노동자와 라틴계 미국인의 권익 향상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로사 파크스, 엘리너 루스벨트 등 여성 민권운동가의 흉상, 원주민 아파치의 말과 기수를 나타낸 조각상도 집무실에 들어왔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와 로버트 F. 케네디 등 미국 민권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의 흉상도 벽난로 옆에 배치됐다.

벽난로 주변에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과 당시 재무장관이던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화가 쌍으로 걸린 점도 이색적이다.

제퍼슨 전 대통령과 해밀턴 전 장관은 견해차 때문에 정부 내에서 수시로 티격태격한 인물이라서 특별히 함께 배치됐다.

백악관은 “공화국 정치체계의 방호책 안에서 표현되는 서로 다른 의견이 민주주의에 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최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16대 대통령의 초상화도 짝을 이뤄 함께 전시됐다.

벽난로 바로 위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32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중심을 잡았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의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서 대공황 극복을 위해 정부의 개입을 중시하는 뉴딜정책을 추진했고, 다자주의 국제협력 체계의 대명사인 유엔을 2차 세계대전 중에 구상하기도 했다.

정치가, 외교관, 과학자, 저술가로 활약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도 각별한 의의가 부여돼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가 있던 자리에 걸렸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이 과거 세대의 야망과 성취를 회상하도록 하려고 책상 옆에 프랭클린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책상 주변에 세워둔 육해공군 깃발은 치워졌고 미국 연방을 상징하는 성조기와 대통령 문양이 새긴 깃발만 책상 뒤에 남았다.

WP는 “백악관 집무실은 미국 대통령직의 권력과 위엄”이라며 “새 대통령은 누구나 개성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이 상징적 공간의 장식을 바꾸기 마련”이라고 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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