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데이터로 주거트렌드 예측한다”…김승배 대표의 ‘데이터 경영’ [피플앤스토리]
뉴스종합| 2021-01-28 16:37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초공간시대가 본격화할 것입니다. 방에서 방으로 출근하고, 방에서 운동하고 힐링하는 ‘올인룸’(All in Room) 시대가 옵니다. 도시가 24시간 물류 플랫폼이 돼 평일 낮배송이 아닌 야간, 새벽, 주말까지 상시 배송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겁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2019년 12월 이런 내용의 ‘2020~2021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질 미래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분석이다.

당시 김 대표가 이런 결과를 도출한 건 2008년부터 격년 주기로 해온 ‘주거 트렌드’ 조사의 데이터에 근거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인구통계학적 분석과 갤럽 등 전문 리서치기관의 소비자 조사결과 등을 총동원했다.

예컨대 소비자들의 선호 주택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2016년에만 해도 31.4평(103.62㎡)이었지만 2019년엔 35평(115.5㎡)으로 확 늘어났다. 재택근무는 다양한 형태로 늘고 있었고, 집에서 청소· 식사 등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세였다. 미래학자의 논리적 접근이 아니라 이미 수치로 드러난 변화였다. 그는 이를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분석해 ‘주거 트렌드’로 담아냈다.

“안 죽으려고 하는 리서치입니다. 실제 사업에 적용될 연구에요. 저처럼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고정관념이 강할 수 있습니다. 늘 ‘백지에서 생각하자’, ‘깨치고 새롭게 가자’고 다짐합니다. 그러려면 조사도 하고, 여러 사람들 의견도 듣고 해야죠.”

데이터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며, 데이터에서 주거 트렌드를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김승배_피데스개발 대표. [이상섭 기자]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로 통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상황을 거치면서도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어 운영했다. 사업 전략을 짤 때는 언제나 구체적인 데이터와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 경영’을 실천했다.

창업 초기부터 그랬다. 2003년 대우건설을 퇴직해 첫 개발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 1년이 걸렸다. 오피스텔을 얻어 대우건설에 요청해 구한 6만4000여건의 계약을 분석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주택 시장을 연구하고, 고령화 사회의 주거 트렌드를 살폈다. 국내 전국 중소 도시를 분석하다 보니 목포, 진주, 포천 등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면서 개발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큰 지역을 뽑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인 목포 남악신도시는 성공이었다.

라틴어로 ‘신뢰’라는 의미의 ‘피데스(FIDES)’라는 회사 이름도 결코 그냥 짓지 않았다. 3500만원을 들여 브랜드 네이밍 회사에 용역을 줘 만들었다. 부동산개발업계에 대해 ‘업자’라며 부정적인 인식이 많을 때, ‘신뢰’를 사명으로 선택해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다.

실제 과거 ‘부동산개발업자’라면 운 좋게 좋은 땅에 당첨돼 대형 건설사 보증으로 대박을 노리는 ‘투기꾼’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피데스개발은 운이나 감이 아닌 꼼꼼한 연구 결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신뢰를 사명으로 삼아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해 후배 디벨로퍼에게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개발 업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부동산개발협회 5대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15년 째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피데스개발 직원들의 부동산 인사이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승배 대표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CEO중 한 분이다.” 갤럽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피데스개발 ‘주거공간 트렌드’ 작업을 함께 해온 스마트튜브 김학렬 소장(필명 빠숑)이 김승배 대표에 대해 했던 말이다.

jumpcut@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