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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져 가세요 ㅎㅎ” “꼴보기 싫어 팝니다 ㅠㅠ” 웃고 우는 당근마켓 거래 세태
뉴스종합| 2021-02-27 11:14

[당근마켓 캡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우는 당근마켓?…신(新) 연애 풍속도!”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당근듀오’로 주목받고 있다.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직거래 방식이다 보니, 일회성 거래가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 반대로 한쪽에선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선물을 정리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당근마켓이 연애 풍속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양새다.

A씨(28세·여)는 얼마 전 자신이 당근마켓에서 판매한 필름 카메라 구매자로부터 “시간 되면 같이 우동 먹으러 가실래요?”라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거래 매너가 좋았고,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느껴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회상했다.

[온라인커뮤니티]

당근마켓에서 ‘이상형’을 만났단 사례도 A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상엔 관련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찰공무원 준비생이라 당근마켓에서 문제집 2권을 샀는데 판매자가 합격자라 궁금한 걸 물어보던 차에 마음이 생겼다”, “가방 팔러 나갔다가 미인이라고 메시지가 왔다. 요새는 이렇게 추파를 던지나보다” 등 다양한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다른 한 쪽에선 당근마켓을 ‘이별 정리소’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선물, 어쩌다 맡게 된 물건 등, 옛 남자친구,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그냥 내다버리기엔 아까워 양도하겠단 것이다.

직장인 이모(35)씨도 최근 당근마켓에 옛 여자친구에게 받은 명품 카드지갑을 판매했다. 그는 “아내가 당근마켓을 시작해 나도 뭐 팔 물건이 없나 살펴보다 전 여자친구인지, 친구인지 모를 사람에게 받은 물건을 발견해 헐레벌떡 팔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 B씨(33)도 4년 전 선물받은 명품 가방을 당근마켓에 내놨다. 280만원에 달하는 고가품이었지만 200만원이나 깎아 올렸다. B씨는 “헤어진 이후로는 잘 들게 되지 않다보니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고 명품 사이트에 팔려고보니 절차도 복잡하고, 쓴 흔적도 꽤 있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당근마켓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당근마켓이 다른 중고 플랫폼과 달리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성격을 띠는 점 등이 ‘당근 듀오’, ‘당근 이별소’라는 새로운 장을 만드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당근마켓 캡쳐]

‘당신 근처의 마켓’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당근마켓은 GPS 반경 4~6㎞ 이내 ‘동네’ 주민하고만 거래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 비대면, 택배 배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 직거래를 권장한다. 또 최근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할 정도로 ‘우리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란 정체성도 확고하다. 이에 이성과의 거래를 만남으로 이어가거나, 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언급하기 힘든 연애사 등을 부담없이 언급할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성과의 거래시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근이 자칫 불미스러운 일로 번질 수 있단 것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불법 거래 유도 ▷욕설, 혐오 발언 등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개별 메시지를 신고하는 메시지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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