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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미국vs.유럽, 채권전쟁…환율을 보라
뉴스종합| 2021-03-12 11:06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채권매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유로존 채권시장에 나타난 채권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미국 보다는 덜하지만 유럽도 경기회복 조짐이 미미하게 나타나면서 마이너스 금리가 완화되고 있다. 가격하락 조짐을 감지한 채권 보유자 입장에서는 차익실현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유럽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정점에 오른 유로화 보유채권을 팔고 훨씬 높은 수익률로 발행되는 미국 국채 매수에 나설만 하다. 채권발행으로 경기부양 자금을 최대한 저렴하게 조달해야하는 유로존 국가들 입장에서는 ECB가 금리상승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재정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유로존 대비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인 미국은 물가상승 조짐이 먼저 나타났고,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에 대해 쇼트(short) 포지션을 취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연방준비제도는 국채매입 확대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조9000억 달러의 정부 경기부양책에 중앙은행까지 나서면 자칫 인플레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11일 사이 12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발행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자금까지 응찰하며 시장 조달이 무난히 성공했고, 치솟던 금리도 안정됐다. 미국 정부로서는 자칫 엄청난 추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할 위험을 넘기게 됐다.

올해 미국과 유럽 모두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달러와 유로 채권시장이 경쟁을 벌이게 되면 글로벌 자금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와 유로화 수요가 높아지면 신흥국 통화에는 약세 요인이다. 최근 5년간 환율과 외국인 주식순매수 추이를 보면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달러화 환산 자산이 줄어들게 된다. 원화약세, 즉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게 유리하다.

금융부문에서 키운 환율 변동성을 안정시킬 방법은 무역이다. 신흥국이라도 경상흑자가 지속되면 안정적인 달러 공급으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공업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자원부국은 높아진 원자재 가격을 바탕으로 흑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채권발행으로 미국과 유로존이 시장에서 빌려온 돈은 경기부양책을 통해 다시 실물 경제에 풀리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회복은 제조업와 원자재 소비기반을 모두 높이는 요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달러가 원활히 유통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낮아질 수 있다. 위기 국면에서 저금리 경쟁과 달리 지금의 미국과 유럽간 채권 경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다만 금융시장의 핵심 지표인 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자산가격의 재조정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변화다. 유동성 랠리, 즉 초저금리 수혜를 크게 봤던 자산은 아무래도 가격과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자산가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중요하다. 실물경제 회복에 따른 경제 활동의 변화도 잘 살펴야 한다.

최근 인플레이션 공포에 금융시장이 잔뜩 긴장했지만, 정작 미국과 유럽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고점대비 최대 낙폭은 S&P500이 6%, 다우존스가 5% 남짓이다. 오히려 유럽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이 한때 12.5%까지 조정 받았지만, 빠른 반등으로 현재는 고점대비 95% 수준까지 회복을 했다. 코스피는 한때 고점대비 10% 이상 하락했고 지금도 고점대비 7% 이상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의 고점 대비 회복 비율은 아직 91%대다. 수출 제조업 경쟁력이 강해 경상흑자 기조가 꾸준하다. 환율만 안정된다면 우리 증시가 더 오를 잠재력은 충분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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