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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지상출입금지 아파트에 입구까지만 배달”…택배노조 강경 대응
뉴스종합| 2021-04-08 11:48
8일 오전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저탑차량으로 바꿀 경우 택배 기사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택배차량에서는 허리를 펴고 작업할 수 있으나 저상 택배 차량의 경우 허리를 숙인 채 작업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오는 14일부터 최근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아파트 대단지에 대해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의 갑질에 맞서고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 조치”란 것이 이 단체의 설명이다.

8일 오전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에서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아파트의 지상 출입 금지 조치를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회견에서 택배노조는 “오는 14일부터 이 아파트에는 입구까지만 배송할 예정”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은 아파트 입구에 물건을 적재할 예정이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부터 이 아파트 단지는 지상으로 택배 차량이 오가지 못하도록 한 뒤, 지하 통행만 허용하고 있다. 택배 차량이 지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차량 높이가 2.3m보다 낮아야 하는데, 이를 맞추지 못한 택배 기사들이 이 아파트 단지 출입구 부근에 대량으로 배송 물품을 내려놓으면서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2019년 1월부터 공원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입구부터 높이를 2.7m로 높이도록 했으나, 고덕동의 이 아파트 단지는 2016년 시공했기 때문에 이전 규정 하에서 2.3m 높이로 지하주차장이 지어진 탓이다. 택배 물품이 과도하게 쌓이자 지난 5일부터 이 아파트는 택배기사들이 지상에도 물품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번 단체행동이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는 차량 높이를 낮춰 지하통로를 이용하거나, 그것이 안 되면 손수레를 이용해 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두 방식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 높이를 낮추는 ‘저탑 개조’는 택배 기사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택배 차량의 화물실 높이는 1m80cm이며 저상 택배 차량의 경우 1m27cm이다. 일반택배차량에서는 허리를 펴고 작업을 할 수 있으나 저상 택배 차량의 경우 허리를 깊이 숙이거나 기어 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은 하루에도 수 백번 택배 차량에 오르내리며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며 “화물실 높이가 낮아지면 허리·목·어깨·손목·무릎 등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유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수레를 이용한 배송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손수레 배송을 할 경우 비·눈이 오면 택배물품의 손상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손상이 될 경우 택배 기사 개인이 변상해야 한다. “눈·비 오는 날 미끄러져 다쳤다”, “물건이 젖는다고 고객이 불만을 표한다”는 것이 택배 기사들의 의견이다.

택배노조의 이번 조치에 따라 현재 해당 아파트 단지에 저탑 차량으로 지하주차장을 통행하던 롯데택배, 우체국택배 기사들도 입구까지만 배송하게 된다. 저탑 차량 이용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노조가 저탑차량으로 배송하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이 밖의 노조 미가입 택배사 기사여도, 향후 참여 의사를 밝히면 공동으로 행동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들이 갑질로 인해 힘들어 하든 말든 배송만 되면 된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며 “택배사들 역시 즉각 택배 기사들의 노동건강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 조치 아파트를 배송 불가지역으로 지정하고 접수 중단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또한 중재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전국의 지상 출입 금지 아파트 단지 179곳을 발표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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