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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완화 검토에 무주택자 ‘화색’…집값 자극 우려도 [부동산360]
부동산| 2021-04-11 15:01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사무실 앞에서 한 시민이 인근 아파트들의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분양가가 워낙 비싼데 대출도 많이 나오지 않아 지금은 청약도 못 넣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출규제가 풀리면 당연히 좋죠.” (30대 무주택자 A씨)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했던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주 발표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무주택자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대표와의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관리와 청년층 주거 사다리 강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며 청년층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가계부채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놓아주는 의미에서 대출 규제를 일부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급등했던 집값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에게 제한적으로 틈을 열어줄 여지가 생겼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선 논의 중이지만 무주택자의 LTV 가산율을 최대 10%포인트 추가 확대해 대출금액을 담보액의 최대 70%까지 늘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집값이 오른 것을 고려해 무주택자가 LTV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소득·집값 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에게는 단 몇천만원이라도 대출을 더 받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미래소득이 증가하는 젊은 층에 대해서는 대출한도를 높이거나 대출가능 주택가격 기준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저가 아파트 매수를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대출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잦아들었으나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거래가 끊기지 않았고 가격도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으려면 ‘디테일’ 있는 정책이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분양주택의 경우 분양권 전매 금지, 실거주 의무 등이 있어 주택가격을 크게 자극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의 경우 무주택 기간을 철저히 조사하는 등의 사전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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