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LG-SK 분쟁 합의, K-배터리 ‘초격차 기술’ 계기로
뉴스종합| 2021-04-12 11:22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분쟁을 벌인 지 713일 만에 합의했다. 특히 이번 합의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LG 측 손을 들어주는 판정을 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11일·현지시각)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비록 국내 기업 간 해외 분쟁 최고액(2조원)을 피할 수 없었지만 파국 일보 직전에 ‘K-배터리’의 핵심축 한 곳이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는 원칙과 자국 내 고용(SK 조지아주공장) 창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한 신산업 육성이라는 딜레마에서 고심하던 바이든 행정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2년간 끌어온 LG와 SK의 분쟁에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것은 미래 신산업의 글로벌 패권과 직결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가 극단적 대치를 하는 동안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은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CATL은 2019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22.8%였으나 올해 1월 기준 31.2%로 늘면서 시장 1위에 등극했다. CATL은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중국 회사인 BYD와 CABL도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2위), 삼성SDI(5위), SK이노베이션(7위) 등의 위상은 하락해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중국 CATL에 밀릴 정도다. 테슬라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 2위 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이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던 ‘파우치형’ 대신 CATL이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사용키로 한 것도 국내 기업엔 큰 타격이다. 폴크스바겐은 특히 2030년까지 유럽에 6개 공장을 신설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테슬라도 현재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공장에서 생산을 준비 중이다. K-배터리 핵심 고객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자급자족해 주변 시장까지 독점하겠다는 뜻이다.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글로벌 산업대전에서 승리하려면 게임체인저 수준의 초격차 기술이 관건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LG와 SK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K-배터리가 세계 기술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과 안전성이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전고체) 개발이 그 시험대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우대 정책과 맞물려 각국은 기업과 한 팀이 돼 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효과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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