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스크칼럼] 백신 왈가왈부
뉴스종합| 2021-04-29 11:31

# 왈가왈부하지 말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얘기다. “백신 물량 우려가 충분히 해소된 만큼 수급과 관련된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고 당부(?)한다. 총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을 확보했으니 된 것 아니냐는 투로 들린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5200만명)가 1.9번씩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니 적은 양은 아니다. 이 정도면 백신 물량에 대한 걱정은 지울 수 있다. 일단은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딴지 하나. 실감할 수 있는 게 없다. 화이자 2000만명분(4000만회분) 추가 확보라는 낭보만 얹힌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자신이 언제 어떤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기다리는 수밖에. 언제든 백신을 골라 맞을 수 있다는 ‘백신 선진국’(?)의 얘기가 사치로 들리는 ‘불만족 시간’을 견뎌내는 수밖에.

# “백신은 접종자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 “국내외 전문가 모두... 접종의 편익이 위험도보다 크다며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손 반장). 과도한 불안감에 백신 접종을 기피하지 말라는 당부다.

맞는 말이다. 과도한 불안감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이라는 커다란 심리적 장벽은 무너뜨려야 할 최대의 적이다.

딴지 둘. 개개인의 삶으로 들어오면 다른 얘기다.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된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곳저곳에서 백신 접종 후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가 많다. 모두 한결같이 말한다. “책임진다고 해놓고는 나 몰라라 한다”고. 누가? 정부가.

고통받고 있다는 이들에게 ‘인과성’ 먼저 따지자고 하는 것이 백신 신뢰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게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적극적인 의료적 지원으로 ‘국가가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효용성 측면에선 더 크지 않을까.

# “언론에서 백신 선진국이라고 지칭하며 일상을 회복한다고 소개되는 영국은 술집과 체육시설 운영은 시작되지만 극장과 공연장 등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다. 이제야 극단적인 폐쇄를 풀어나가는 중인데 우리는 지난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었던 시설이다”(손 반장)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K-방역’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덕분에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딴지 셋.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다. ‘내일은 이럴 것’이라는 지레짐작은 현재에 발을 딛고 있다. 국민에겐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백신으로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다. 다른 이는 ‘백신 여권’으로 자유로이 국경을 넘는데 우리만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저잣거리에서 흔히들 하는 얘기다.

‘국민의 동참’에 주춧돌을 올린 ‘K-방역’에서 인고의 시간은 가혹한 현실이다. ‘국가가 정답’(말이 바뀌고 현실이 바뀌더라도 왈가왈부 안 하는 것?)이라는 ‘집단최면’에 기대는 건 요행이다. 당부(?)보단 아픈 손가락을 보고, 대안을 찾아 손에 쥐여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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