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러, 우주정거장 독자 운영 박차…美 맞서 협력도
뉴스종합| 2021-05-01 18:21
중국유인우주국(CMSA)은 지난 29일 오전 11시 22분께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 기지에서 창정 5B 로켓에 우주정거장 모듈을 실어 발사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다자간의 우주정거장 건설·협력에서 발을 빼며 독자적인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998년부터 세계 16개국이 참여해 지구 340~430㎞ 상공에 축구장 크기로 건설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노후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자체 계획은 보다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中, 독자 우주정거장 첫 핵심 모듈 발사 성공

중국은 지난 29일 독자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유인우주국(CMSA)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께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 기지에서 창정 5B 로켓에 우주정거장 모듈을 실어 발사했다.

이날 쏘아 올린 모듈 톈허는 우주정거장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추진력을 내는 기능과 함께 향후 우주 비행사들이 거주할 생활 공간을 갖추고 있다.

톈허에서는 우주비행사 3명이 6개월간 머물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1992년 처음 밝힌 우주정거장 건설 구상의 첫 삽 격이 셈이다.

중국 우주정거장은 톈허 양옆으로 실험 모듈인 ‘원텐(問天)’과 ‘멍톈(夢天)’ 등이 붙어 3개의 주요 모듈로 구성된다. 무게는 약 100t으로 ISS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올해와 내년에 모두 11차례 걸친 발사로 모듈과 부품을 실어날라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내년 말 완공 뒤 1~2년 안에 허블 크기의 우주망원경 ‘쉰톈(巡天)’을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서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배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정비가 필요하면 우주정거장에 도킹시켜 수리하는 등 효율을 기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성된 중국 우주정거장의 모습 상상도. [게티이미지]

이날 톈허 모듈 발사 장면은 중국중앙(CC)TV를 통해 생중계됐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한 최고지도자들은 베이징 관제센터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톈허 핵심 모듈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 우주정거장 건설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하고 후속 업무를 전개하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된다”며 “양탄일성(两弹一星. 원자탄·수소탄·인공위성 개발)의 정신과 유인우주 정신으로 우주정거장 건설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러시아, ISS 탈퇴 시사…2030년까지 우주정거장 건설 기대

러시아는 앞서 18일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가 TV 방송에 출연해 ISS의 노후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2025년 이후 ISS에서 탈퇴하겠다고 파트너들에게 솔직하게 예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거장 본체에서 공기가 새는 등 노후화로 인해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ISS 운용 시한이 2024년에 종료되면 2030년까지 시한을 연장하는 데는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보리소프 총리에 이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면 2030년까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CNN이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는 1971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Salyut)’부터 2세대 ‘미르(Mir)’를 거쳐 ISS에 이르기까지 우주정거장에 관한한 미국보다 앞선 기술을 보여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NASA]

이런 발언들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 주재로 우주 정책 관련 회의가 열린 뒤에 이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ISS 참여 여부와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 대한 전략적 입장이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美 vs 中·러’ 긴장 고조, 우주 협력에도 영향

우주 분야에서 국제협력의 상징이던 ISS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악화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달 복귀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겨냥해 로고진 대표가 “미국 중심적”, “ISS 협력을 통해 조성된 상호 지원과 협력 원칙에서 미국의 이탈” 등 볼멘소리를 내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중국도 우주정거장을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다른 나라 과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우주 실험 공모도 진행했지만, 미국이 법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중국과 직접적인 우주 협력을 하지 못하게 차단해 놓고 있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중국과 러시아는 우주 개발을 놓고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과 로스코스모스 간에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미국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데 맞서려는 목적을 갖고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