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속으로] 中企 퇴직연금기금 출범 앞둔 기대와 우려
뉴스종합| 2021-05-04 11:17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설립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퇴직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하는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다. 공단은 일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4월 14일부터 본격적인 기금 운용을 개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부터 제도 도입에 이르기까지 6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됐다.

그동안 영세기업이라 할 수 있는 30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는 여전히 퇴직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퇴직금의 취약한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우리 퇴직연금제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제도 밖에 소외돼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의 첫 단추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는 이런 기대와 걱정이 함께한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기금형 지배구조의 퇴직연금이다. 우리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금에서 전환된 연금제도라는 배경으로 인해 다른 연금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확정급여형(DB) 중심의 ‘계약형 지배구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금사업자 중심의 계약형 지배구조는 퇴직연금 제도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조원을 상회하는 퇴직연금 자산이 단기예금에 방치돼 운용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제도 일원화 측면에서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의 낮은 관심과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관리 수수료라는 차별적 대우는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제도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오래전부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모색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이번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설립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있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운용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더 적극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경주해주기를 기대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는 사용자 부담금 지원과 기금운용비 보조라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퇴직연금으로의 제도 전환이 단계별로 의무화된다면 중소사업장의 퇴직연금 전환이라는 정책목표를 추진함에 있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 비교적 단기간에 핵심적인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는 근로자에게는 원리금 보장 중심의 기존 DC형 퇴직연금보다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이 제시될 것이다. 자금의 집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가 있으며, 전문가에 의한 분산된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의 평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의 최소 수익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담 조직을 갖추고 관련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 중이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이 가입자의 운용지시권을 일괄 위임받아 운용함에 따라 퇴직 시점에 손실이 발생하는 근로자에 대해 최소한 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 또는 DB형의 임금상승률 정도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급격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 빈곤의 문제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책임지고 풀어야 할 기본적 과제다. 강제 저축의 형태로 법제화돼 있는 우리 퇴직연금제도가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역할이 막중하다. 새로운 연금제도의 출범을 축하하며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기원하는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남재우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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