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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경제자급시대] 인구 톱3 美·中·印, ‘규모의 경제’ 자신감으로 ‘경제자급주의’ 선도
뉴스종합| 2021-05-06 09:41
[EPA, AP,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소 냉전 종식 후 자유 무역의 선봉장으로서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였던 미국과 중국, 인도가 자신들의 경제 시스템을 ‘자급자족적’으로 변모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신냉전’ 등으로 글로벌 분업체계(GVC, Global Value Chain)의 약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이들 3개 국가가 가장 먼저 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약 78억6335만명)의 약 40.2%(미국 약 3억3263만명, 중국 14억3932만명, 인도 13억9135만명)를 차지하고, 경제 규모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3개국의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자연스레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美·中·印, GDP 대비 무역 의존율 감소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는 미국과 중국, 인도가 1970년대 이후 지속해온 무역 등 대외 경제 영역에 대한 확장 기조 대신 최근 10년간 국가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왔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IBRD) 집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인도 모두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율이 최근 10년간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2006년 64.48% 수준까지 올랐던 ‘세계의 공장’ 중국의 GDP 대비 무역 의존율은 이후 빠른 속도로 하강해 지난 2019년 35.84%까지 떨어졌다.

1980~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GDP 대비 무역 의존율이 2011년 56.34%까지 높아졌던 인도도 지난 10년간 내수 시장 확대에 힘입어 무역 의존율이 39.55% 수준까지 내렸다.

두 나라에 비해 대외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국마저도 2011년 30.79%의 무역 의존율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10년간은 무역 의존율이 완만히 하강하는 추세다.

[세계은행(IBRD)]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1970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유럽연합(EU)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이들 세 국가의 대외 의존도 하락세는 더 두드러진다.

‘美 바이 아메리칸’ vs ‘中 쌍순환’ vs ‘印 자립 인도 정책’

세 국가의 대외 경제 의존도 하강 추세는 자급자족적 경제를 강화시키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인도의 지도자들로 인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갓 취임 100일을 넘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면서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산 구매)’을 외치며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와 동일하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미국구조계획’ 이행 상황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닷새 만에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는 “인프라와 일자리 관련 투자 등 모든 것들은 ‘바이 아메리칸’이란 하나의 원칙에 의거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쌍순환(雙循環)’을 경제 정책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시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의 내수 잠재력을 살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5중 전회에서 쌍순환을 공식 발전 전략으로 확정했고, 이어 지난 3월 전인대에선 쌍순환과 기술 자립을 핵심으로 하는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중장기 비전 초안을 작성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지난해 ‘힌두 민족주의’를 밑바탕에 둔 내수 시장 강화 중심의 ‘자립 인도 정책(Self Reliant India Policy)’을 들고 나왔다.

주요 공급처인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에 대비하고, 팬데믹으로 인한 GVC의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3월 콜카타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EPA]

다만, 일각에선 거대 경제 주체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경제자급주의 현상이 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넘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특정 정부가 관리하는 경제 공급망은 글로벌 경제 주체들에 의해 자연스레 운영되는 공급망에 비해 회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자립’이란 말이 매력적이고 국가 경제의 안전을 담보해 주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가 원활한 GVC의 운용 속에서 얻게 된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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