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비즈] 증세 통한 복지, 한계에 이르렀다
뉴스종합| 2021-05-06 11:14

복지 수요와 재정 수요의 급증에 따라 국가재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세금이 잘 걷히지 않고 국민의 세 부담이 너무 커지는 등 세수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를 통한 복지에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먼저 세수가 많이 감소했다. 2020년 국세가 전년보다 7조9000억원이 줄어든 285조5000억원이다. 특히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법인세는 23%가 감소한 55조5000억원이었고, 부가가치세도 5조9000억원이 줄어든 64조9000억원이었다. 소득세는 9조5000억원이 늘어났지만 부동산 양도소득에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 국세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개가 전체 국세의 75%를 차지한다. 세수는 경제 상황에 따른 소득과 소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이 높다. 2020년 소득세 최고세율 49.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4위이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27.5%로 9위에 해당한다. 2010년에 각각 38.5% 26위와 24.2% 22위였다는 면에서 10년 만에 다른 국가에 비해 껑충 뛰어올랐다. 이제 더는 최고세율을 올리기도 어려운 형국이 됐다. 최근 3년 이내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각각 3%포인트씩 올렸으나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면세자가 너무 많아졌다. 전체 근로자 1916만명 중 37%는 면세자다. 각종 공제 등으로 인해 낼 세금이 없는 것이다. 전체 근로자의 1.1%(근로소득 8000만원 이상의 214만명)가 근로소득세 전체의 73%를 내고 있다. 또한 전체 기업 78만개 중 49%가 면세자다. 전체 기업의 0.4%인 3436개 기업(매출액 1000억원 이상)이 법인세 전체의 83%를 낸다. 이처럼 세금이 특정 고소득자 혹은 기업에 편중돼 있다.

넷째, 부동산 관련세금이 너무 과중하다. 부동산보유세가 2019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0.9%로 OECD 국가 중 14위에 해당하고, 부동산거래세도 1.8%로 1위이며,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는 0.8%로 3위였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전체 세금은 3.5%로 3위에 속하게 됐다. 최근에 부동산 가격안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했고 또한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인상함으로써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더욱 급등할 것이다. 이것이 반영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세금은 OECD국가 중 1위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섯째, 상속세의 세율이 너무 높다. 현금·금·빌딩 등의 경우보다 기업 주식을 상속할 때 더 높은 60%의 세율이 부과되기도 한다. 가업 상속 공제로 인해 최대 500억원까지 세액 감면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감면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로는 2019년에 75건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기업투자자에게 과중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기업 환경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미 상속세를 없앤 국가가 많다는 면에서 최소한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높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

세수 환경은 매우 좋지 못하다. 9년 후인 2030년부터 인구는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가 15.7%에서 25%로 크게 늘어난다. 이제는 세금을 통한 복지를 확대하고자 증세를 고려하는 정치권도 있는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최고세율은 더는 올리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에서 면세자 축소 혹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저소득층에 대한 증세라는 점에서 고려하기 어려운 수단이다.

따라서 증세를 통한 복지는 한계에 이르렀다. 진정한 국민복지는 세금이 아닌 기업 살리기를 통한 국가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제 세금만 갖고 정치하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 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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