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광장] 실손의료보험, 레몬마켓이 될 것인가
뉴스종합| 2021-05-07 08:13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국민건강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가입자도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3496만건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계약자들의 과다한 의료서비스 이용으로 인하여 대다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실손보험 사업실적 및 향후 대응계획’에 의하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실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실손보험이 보험사들의 손익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꾸준히 제도 개선과 상품구조를 개편해오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이유는 태생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실제로 현재 보유계약 건수의 상품 종류별 내역을 살펴보면 2세대 표준화 실손이 1877만건(53.7%)로 가장 비중이 크지만, 여전히 1세대 구실손보험의 보유계약 건수가 854만건으로 24.4%에 달한다. 3세대 신실손보험은 약 709만건으로 20.3%이다.

손해액 규모로 살펴보면 실손 1, 2, 3세대에서 모두 손실이 발생했는데 특히 1세대 구실손 상품의 손실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구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가 비싼 대신 자기부담금이 없으며 실제 지출한 의료비를 전액 돌려받는다. 따라서 병원을 자주 가야하는 하는 계약자들은 구실손 상품을 끝까지 유지하는게 유리하다. 또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험사에 제대로 공지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구실손의료보험 시장은 이러한 역선택 문제로 인해 ‘레몬마켓’이 될 가능성이 크다.

레몬마켓이란 명칭은 시고 맛없는 과일인 레몬에서 유래됐으며, 상품이나 재화·서비스의 품질이 열등하고 거래 고객들도 불량고객이 대부분인 시장을 뜻한다.

이와 반대가 달콤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에서 유래된 ‘피치마켓’으로, 가격에 비해서 고품질의 상품이나 우량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한다.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과거 사례는 세계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 됐던 서브프라임모기지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이자율이 매우 낮았으므로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고객들도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아서 주택을 구입했다. 투자은행들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시장에 참여한 고객들은 대부분 신용이 불량한 고객들이므로 신용 위험이 다량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항상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떠안고 있으므로 전형적인 ‘레몬마켓’이었다. 이처럼 커다란 레몬마켓을 형성한 대가는 곧바로 세계금융위기라는 참담한 결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여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좋은 제도다. 하지만 제도적인 허점과 운용상의 문제점들 때문에 ‘레몬마켓’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레몬마켓’이 크게 형성되면 그 결과는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책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시장이 향후 커다란 ‘레몬마켓’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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