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통신
“사회주의·친중 게임 만들어라” 중국, 한국게임 ‘황당’ 허가 조건 논란
뉴스종합| 2021-05-07 19:49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사회주의 사상까지 반영해 어떻게 게임을 만듭니까”

지난 2018년 이후 단 2개의 국내 게임에만 판호(허가증)을 내준 중국 게임시장이 ‘사회주의 가치관 부합’ 여부와 ‘친중 성향’이라는 황당한 기준를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업체들 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중국 진출을 가로막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중국 중앙선전부는 이달 1일부터 새로운 판호 발급 심사 기준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새로운 채점 제도는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 크게 5가지로 나뉜다. 각각 최저 0점부터 최고 5점까지 부여된다. 각 항목의 합격 점수는 3점이다. 5개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0점을 받으면 심사에서 탈락한다.

문제는 ‘관념 지향’과 ‘문화적 의미’ 두 가지 항목이다. 관념 지향 기준에는 “게임 주제와 플레이어 역할 및 메인 플레이 방식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화적 의미에서는 “게임이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적혀있다.

즉, 중국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되면서, ‘친중 게임’인지 여부를 심사한다는 의미다. 노골적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게임만 허가를 내주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2020년 12월 중국 판호를 받은 컴투스 ‘서머너즈워’ [컴투스 제공]

국내 게임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17년 사드 배치 사태로 이후 중국은 ‘한한령’을 도입해 사실상 한국 신작 게임의 유통을 막았다. 지난 3년간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받은 게임은 컴투스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와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 뿐이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수십억명의 유저들을 놓치고 있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하루 빨리 판호 발급이 재개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중국 문화 전파’ 등을 포함한 새로운 기준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당국이 갈수록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중국 진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국내 게임사에 대한 봉쇄와 동시에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여 간 국내 서비스 된 중국 게임은 207개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매출 상위 100위 중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0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1조5000여 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jakme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