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아이의 웃음 찾아줄 의무
뉴스종합| 2021-05-11 13:28

얼마 전 제주도에 들른 일이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제주도는 최고의 선택지였다. 환상적인 날씨, 제주도 특유의 푸른 바다와 더불어 이번 여행의 백미는 한 커피집이었다.

우연히 방문한 가게는 입구부터 매혹적이었다. 아이들이 쓴 메모, 엄마 아빠의 정성이 담겼음이 너무도 명백한 여러 가지 공예품,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는 주인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런 질문들이 익숙하다는 듯 젊은 남자 주인은 이야기를 잘 풀어내줬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에 와서 가게를 연 지 5개월됐다는 것,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뒀다는 것 등 이야기를 주고받다 너무나도 예쁘게 활짝 웃고 있는 사진에 시선이 멈춰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 주인장은 무슨 의미인 줄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는 이런 웃음 못 봤어요. ‘제주도 한 달 살기’ 이후 아이가 여기 더 있고 싶다고 해서 이 웃음 지켜주려고 가족 모두 제주도 내려왔습니다.”

겨우 세상의 빛을 본 지 9년. 지금 우리 아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잠시 생각해봤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세상 끝날 것 같이 불안에 휩싸이는 사람들. 아무리 경쟁사회라고는 하지만 그 경쟁이 긍정적이지 않고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라면 잠깐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과중한 짐을 어깨에 짊어진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주변의 아이들을 수없이 봤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로 언급하긴 싫지만 놀이터에 아이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현실을 어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놀잇감으로 예전과 환경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공부’와 ‘할 일’, 그리고 ‘학원 뺑뺑이’로 하루가 점철된 우리 아이들은 늘 시간이 없다. 물론 이러한 환경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신조를 지키며 꿋꿋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 역시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교육에 안주하지 못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보충학습을 하고 있는 이 상황은 지역적·경제적 격차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결국 답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아이들의 행복 되찾기가 될 것이다. 무상보육의 실시로 거의 태어나자마자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집단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지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리 아동 권리, 아동 인권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교육을 시킨들, 스스로 자유를 만끽하기란 좀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넉넉한 여유와 자유를 되돌려주자. 이러한 자유가 곧 아동 권리에 대한 보장이고 느리지만 꿋꿋하게 아동 친화적인 우리나라를 견인할 것이다.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이 역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늘 조르바의 삶을 꿈꿔본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만이라도 이러한 삶을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만끽하길 바라본다. 자유를 누릴 줄 아는 여유가 곧 용기와 자신감이 될 것이다.

이윤진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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