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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성장과 동반한 인플레…아마겟돈 아니다
뉴스종합| 2021-05-13 11:45

실적시즌 동안 주춤했던 인플레 우려가 다시 되살아났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올라 그 동안 자산시장에 에너지를 공급했던 초저금리 생태계가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생태계에 변화시점이 도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질서가 달라진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성장을 하니 인플레가 높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 새로운 투자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이 성장을 자극하면서 물가가 앙등세다. 물가를 진정시키려면 초저금리의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자칫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관건은 경제가 금리상승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성장궤도에 오를 지의 여부다.

지난 1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인플레 충격은 미국 국채 수급에서 촉발됐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재원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이후 국채 발행 물량을 소화해 내면서 일단락됐다.

양호한 1분기 기업실적에 가려졌던 인플레 우려는 지난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한 행사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하면서 되살아났다.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목받았고, 중국의 생산자물가(PPI)와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잇따라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긴축과 금리정상화 시기가 앞당겨 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그 동안 값이 많이 올랐던 기술주 주가를 비롯한 자산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은 주로 통화정책이었다. 금융시스템의 문제여서 의회 동의가 필요한 재정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자산시장에서만 맴돌았다. 소득과 소비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해 저성장이 이어졌다. 셰일가스 개발로 유가가 안정되면서 원자재발 물가상승도 제한됐다. 코로나19는 실물 위기다. 일단 응급처방으로 통화정책을 동원했지만, 언택트와 친환경, 그리고 공급망체계 혁신 등을 위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재정지출은 실물경제를 자극, 소득과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부양책만도 6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그린뉴딜’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0%에 가까운 초저금리가 영원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체력에 걸맞는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 브라질 등 물가가 중요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국이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물가상승을 용인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섣부른 금리정상화는 그 동안의 경기부양 노력을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는 게 우선시 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고, 전 지구적인 집단면역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소비자물가발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10년 수익률은 아직 연중 최고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도 나스닥의 이달 낙폭은 6%가 넘지만, S&P500은 2%대, 다우존스는 1% 미만이다. 아시아 증시도 기술주 비중이 큰 대만이 가장 두드러질 뿐, 코스피는 공매도 재개에도 이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1분기 전세계 주요 기업 대부분의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인플레 우려를 계기로 그 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에서는 차익실현이 진행되고, 경제성장의 수혜를 입을 친환경 산업과 금융 분야로 글로벌 자산이 재편성(rebalancing)되는 모습이다.

주식은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에도 주가는 중요하다. 코로나19 랠리로 미국 가계의 주식보유 비중은 역대 최대로 높아졌다. 증시가 탄탄해야 미국 경제의 핵심인 소비가 순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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