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코로나의 역설’ 전세계 집값 20년來 최고 급등
뉴스종합| 2021-05-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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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작년 이맘 때 우리는 다시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을 경험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아래서 부동산 시장만큼은 기존 공식를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기업 파산과 실업률 증가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며 주택 소유자들이 현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급매에 나서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은 미국과 독일 등 경제 대국은 물론 중국, 페루,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륙 가리지 않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

CNN비즈니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7개 회원국의 실질 부동산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 4분기부터 2020년 4분기 사이 6.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근 20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실질 분기별 주택 가격 지수 [OECD, CNN]

개별 국가별로 봤을 때도 부동산 가격 급등세는 두드러진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9%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도시 지역 183곳 중 182곳이 전년과 비교해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대도시권 주택의 약 89%는 전년보다 가격이 10% 이상 상승했다.

영국 역시 3세기 만에 닥친 최악의 불황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부동산 가격은 8.5% 급등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이다.

이 밖에도 독일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수요 폭증으로 인해 매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고, 프랑스와 벨기에 등에서도 올해 1분기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 업체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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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에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가격 급등이 계속됐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국제 주택 담당 책임자인 케이트 에버렛-앨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국경이 개방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구매 활동이 더 활발해지며 부동산 시장에 더 자극을 줄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은 거품이 아니며,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價 급등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아이러니’

CNN비즈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부동산 시장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꼽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주택 압류를 금지하고,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주택 소유자들을 도왔기 때문이란 것이다.

여기에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제로 금리’의 영향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도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다 각국 정부가 부동산 매입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한 것도 주택 구입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요가 매우 강한 반면 공급이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도 주택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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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대규모 부동산 거래를 대리하고 있는 헨리 프라이어는 “38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시장을 본 적이 없다”며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사람들이 부동산을 ‘패닉 바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평균 이상의 거래 건수를 기록한데다, 지난 3월엔 최근 20년간 동월 거래 평균의 2배에 가까운 18만건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는 게 프라이어 씨의 주장이다.

각국 정부 과열 방치책 내놓지만…“부동산 붐 안 무너질 것”

몇몇 국가들은 벌써부터 주택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주거용 부동산의 중간 가격이 24% 이상 상승하기도 한 뉴질랜드에선 정부가 부동산가 안정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뉴질랜드 정부는 세금의 허점을 바로잡고, 원금 대신 이자만 갚는 방식의 대출을 단속하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금융 기업 소시에테 제네랄의 분석가들은 베이징(北京), 선전(深천〈土+川〉),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12% 가량 오른 중국에 대해 “어느 때보다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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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람 소시에테 제네랄 분석가는 “중국 당국이 내놓은 주요 규제책은 매수 제한, 신용 제한, 비과세 보유기간 확대, 부동산 거래를 위한 위장 이혼 적발 등”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국 정부의 각종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로 금리’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통하 경기 회복이 주택 시장을 떠받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존스랑라셀은 “부동산 붐이 한동안 무너질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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